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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식 만화 만들기 - 영화적 만화 창작을 위한 이론+실기 수업
오쓰카 에이지 지음, 선정우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8월
평점 :
《영화식 만화 만들기》 는 오쓰카 에이지의 책이에요.
영화적 만화 창작을 위한 이론과 실기 수업이라는 문구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정확하게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창작 수업을 위한 교과서라고 소개하는 편이 빠를 것 같아요. 저자 오쓰카 에이지는 만화원작자이자 서브컬처 평론가이며 다수의 이야기론, 작법 관련 도서를 집필한 작가님이라고 해요. 만화와 영화를 가르치는 대학의 설립 초기 단곕터 참여하면서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예이젠시테인 작품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저자는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있어요. 처음에 예이젠시테인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여 어리둥절했어요.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예이젠시테인은 소련 시대의 영화감독이자 영화 이론가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예이젠시테인풍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본의 만화 표현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네요.
"극화의 방법론은 몽타주 이론의 가장 별것 아닌 부분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영화 <전함 포템킨> (1925)을 만든 러시아의 예이젠시테인 감독은 본인의 작업을 이론화했습니다. 숏을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단순하게 숏을 늘어놓기만 하는 것과는 다른, 그 이상의 의미를 창출해낸다는 소위 몽타주 이론을 만들었지요. 이 몽타주 이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론인데, 거기에 맞춰 만든 영화는 최악이라고 봅니다 (웃음)." (12p)
예이젠시테인풍으로 느껴진다는 말은 곧 영화적 수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소위 만화에서의 영화적 수법이라는 방법론을 비난했던 거예요. 일본의 서브컬처란 일본의 하위문화 중에서도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칭할 때 쓰이는 말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서브컬쳐, 오타쿠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겐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보기에 적절한 내용인 것 같아요. 또한 만화와 영화 제작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영화와 만화의 관계를 이해하는 자료가 될 것 같네요. 예이젠시테인 등의 몽타주 이론과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 이론이 대량 유입된 건 1934년이며, 이후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아메리카니즘의 야합이 결과물이 이마무라 다이헤이와 일본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모모타로 바다의 신병>인데, 디즈니식 캐릭터와 리얼리즘으로 표현된 병기를 영화적 원근법으로 구성했대요. 15년 전쟁 시기에 어린이들에게는 문화 영화, 기록 영화의 연출 기법이 만화 표현 속에 스며들여 명확한 영화적인 만화가 성립했던 거죠. 소년 시절 데즈카 오사무가 <모모타로 바다의 신병>을 보았고, 훗날 문화 영화에서 빠졌던 스토리란 개념을 만화와 소설에 통합시켜 스토리 만화를 확립시켰다고 하네요.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한국에서 방영된 tv 만화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가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었네요. 아톰, 손오공, 루피, 나루토, 세일러문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본 만화 주인공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네요. 일본이 만화왕국이 된 시점을 1946년으로 보는 것도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가 데뷔한 해이기 때문이에요. 여기 책에서는 일본 만화가 어떻게 영화식 만화가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부분은 생략했네요.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라 그랬을 수도. 암튼 영화식 만화 만들기 실천편에서는 이시모리 쇼타로가 정리하고 발전시킨 영화적 수법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대학에서 실기 과제로 내준 내용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해주네요. 진지한 만화 작법론이라서 읽기가 수월한 편은 아니지만 만화 분야의 영화적 수법을 이해하기에 탁월한 입문서인 것 같아요. 서브컬처 문외한의 시점에서는 봉준호 감독님의 콘티, 스토리북이 떠올랐어요. 요즘은 만화, 소설, 영화 장르가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결합하고 융합하며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