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무녀 봄 : 청동방울편
레이먼드 조 지음, 김준호 그림 / 안타레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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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살면서 무당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왠지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로 느껴져요.

신당 안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모습이나 매서운 눈빛, 목소리까지 뭔가 정해진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십대 무녀라니 당최 상상이 안되네요.

근데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니 완전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주인공은 소녀무녀 봄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들이었네요.

어른들은 모르는 중학생의 세계, 음... 정말 의외였어요. 당연히 무당, 무속의 세계가 신기하긴 한데,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와 학교 괴담까지 더해져서 놀라움 그 자체였어요. 우스갯소리로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한민국 중2들 때문이라고, 그만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빗댄 말인데 한편으론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말이기도 해요. 왜 우리나라만 유독 중2병이 지독할까요. 부모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해요. 착했던 우리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변했다고요. 어른들이 말하는 '착함'의 기준은 순종, 복종인 것 같아요.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딴짓 하지 않는 아이. 어릴 때는 부모의 말을 믿고 따르지만 중학생이 되면 '자아'가 꿈틀대면서 반항이 시작되는 거예요. 만약 어릴 때부터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마음을 헤아렸다면 굳이 반항할 일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꿈꾸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 학교, 가정... 너무 판타지일까요.

소녀무녀 '봄'이는 무녀인 어머니 정화선녀가 행방불명되어 고아나 다름없이 자랐고, 초2 때 왕따를 당한 뒤 자퇴하여 현재는 선녀집의 주인으로, 살림을 도와주는 제주도 출신 할망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직 신내림을 받지 않은 상태라서 '천부인(天符印)'을 찾기 위해 종문중학교에 전학했다가 뜻밖의 '실험실 살인사건'과 엮이면서 탐정단 친구들과 선비를 만나게 돼요. 종문중학교 3학년 4반의 '선비'는 전교 1등인 남학생인데, '봄'이가 첫눈에 반한 상대예요. 나름 카리스마 있는 봄이가 좋아하는 선비한테는 영 어리숙한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종문중학교 3학년 소희와 예하는 단짝이자 탐정단 일원이에요. 소희가 셜록 홈즈를 꿈꾼다면, 예하는 왓슨 역할을 자저하고 있는 환상의 짝꿍이에요. 괜히 봄이를 미행하다가 꼼짝없이 봄이의 수족, 무수리 신세가 되지만 '실험실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끈끈한 정이 쌓이게 돼요. 사실 소희의 등장으로 <선암여고 탐정단> 과 같은 학원추리 로맨스가 펼쳐지나 싶었는데, 그보다 센 인물들이 나오면서 공포 장르에나 볼 법한 귀신과 신비한 영적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솔직히 '실험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일보다 봄이 소희, 예하, 선비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푹 빠졌네요. 철없이 투닥거리는 여중생들, 그 장면이 예뻤어요. 어리다고 하기엔 생각이 깊고, 다 컸다고 하기엔 미숙한 아이들을 보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네요. 암튼 소녀무녀 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제목 옆에 '청동방울편'이라고 적혀 있어서 뭔가 했더니, 앞으로 봄이 찾아야 할 신물이 두 개 더 남아 있네요. 청동거울과 청동검,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여줄런지 잔뜩 기대되네요.



"5,000년 전, 단군(檀君)의 할아버지인 환인(桓因)께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아들 환웅(桓雄)에게 인간을 다스리는 데 쓰라며 세 가지 신물(神物)을 주셨다. 청동방울과 청동거울 그리고 청동검이지. 이 세 개의 신물이 천부인(天符印)이야. 그후로 천부인은 우리의 신물로 쓰였다."

"선녀님, 혹시 천부인이 신내림 받을 때 필요한 겁니까?"

봄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 어쨌든 지금 종문중학교 안에 내가 받을 천부인이 숨겨져 있어."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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