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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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 너와 나를 비교하지 않아도 '나'로서 충분하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 일상의 소소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고 특별하다는 걸 아는 사람,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

《딴 생각》 은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 박찬휘님의 일상기록집이에요.

저자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고,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첫 직장생활은 이탈리아에서 지금은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17년 차 이방인의 삶을 살다보니 일상이 아직도 새로운 촉매제가 되어 자극이 되어 좋으면서도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어 씁쓸해지기도 한다고. 한 번도 한국땅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저자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때때로 나 자신이 이방인 같다고 느낄 때는 있어요. 살짝 부정적인 측면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영감을 주는 자극제로서 받아들였다는 게 놀라웠어요. 사소한 것을 지나치지 않는 습관은 디자이너라서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기질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엉뚱한 아이의 질문 하나에도 고심하고 답해주는 아빠의 모습에서 그 어떤 것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보였어요. 가만히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사소하고 당연한 건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일화 중 왼손잡이라서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요. 아직도 왼손잡이는 힘들어요. 뭐든지 줄을 맞추고 틀에 넣은 듯 반듯한 걸 추구하는 학교, 언제쯤 달라질까요.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과 한국의 교실은 괴리감이 큰 것 같아요. 저자는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이탈리아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날, 정말 엉뚱한 순간에 차를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해요. 사수인 백발의 디자이너 마우리치오가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회사 구석구석을 다니며 소개해줬는데, 지하에 있는 어떤 방으로 가더니 재료실이라면서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라고 했대요. 흥분한 저자가 "공짜 아니죠?"라고 물었더니 싱긋이 웃었대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삑삑 소리내는 마커와 짧게 닳은 몽당연필을 손에 잡은 적이 없다고, 그때 비로소 차를 그려 인정받았음을 실감했다고. 그때의 기억이 자동차 디자이너 꿈나무들의 질문에 변함 없는 답이 되었대요. "내가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실감한 건 연필이 공짜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64p) 앞서 사연을 몰랐다면 엉뚱하다 느꼈겠지만 알고 보니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답변이었네요.

책의 맨 마지막, 자신이 디자인한 차 앞에서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은 뭉클한 감동이 있네요. "아버지는 내게 거대한 산이에요."라는 한국 드라마에서 들은 대사를 말하며 아버지와의 추억, 어린 아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마음 안에 거대한 산이 굳건하게 자리해 있다면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겠지요. 사랑은 거대한 산이니까요.


"디자인은 거창한고 복잡한 게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된다. 

결국 사람을 돕기 위해 진화하는 언어가 디자인이다.

그 안에 담긴 작은 말 한마디, 세심한 메시지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듯이 사소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우리의 삶을 돕기 위해 '사소함'을 한번 더 각성해야 하는 것이다. 거창한 비법 대신 낱알의 것들에 대한 생각이다." (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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