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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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했어요. 제목을 곱씹을수록 잔혹한 그 장면이 떠올라서...

어릴 때는 귀신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나면 너무 무서워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귀신 때문에 벌벌 떠는 일은 사라졌어요. 진짜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지독히 파괴적인 인간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싸움부터 끔찍한 전쟁까지 인간이 벌인 비극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 있냐고 떠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만이 지구 상의 생명체 중 가장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왜 전쟁을 벌여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주인공인 '나'는 알파 니아이, 세네갈 출신이며 프랑스 군대에 징병되어 독일군과 싸우고 있어요. 그는 지금 큰 충격에 빠졌어요. 친형제와도 같은 친구 마뎀바 디옵이 죽던 날, 그는 총탄에 맞아 내장이 몸 밖으로 흘러나왔고, 세 번에 걸쳐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했지만 '나'는 세 번 모두 거절했어요. 의무감 때문에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처절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뎀바를 방치했고, 그가 눈을 감았을 때야 비로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더 이상 의무감에 얽매이지 않고, 머릿속에서 명령하고 강제하는 그 목소리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어요. 마뎀바의 죽음이 알파 니아이를 깨웠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이 소설은 나, 알파 니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으로 파괴된 현장, 갈갈이 찢겨진 영혼을 보여주고 있어요. 잘생기고 아름다운 청년은 전쟁터에서 야만인, 악마로 변해버렸어요. 일곱 개의 손...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그 손들, 그들 역시 희생자일 뿐인데 뭐라고 위로할 수도 없어요. 짓밟힌 생명들이 너무 가엾고 슬펐어요. 

과거 열다섯 살에 할례를 받던 마뎀바와 알파, 두 소년은 어른으로 가는 비밀의 관문을 막 통과했어요. 인간은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들이 인간을 이끌어 간다는 것. 파도처럼 밀려올 때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됐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소년들은 전쟁터로 끌려갔고 끝내 어른이 되지 못했어요. 알파 니아이는 전쟁터로 떠나기 직전에 들었던 마법사-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아차리길 바라고 있어요. 간절히 애타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어요.

"감춰둔 이야기가 잘 알려진 이야기 뒤에 너무 잘 숨겨져 있으면, 그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가려진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해야 한다. 그 이야기는 소녀의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상상케 하는 몸에 붙는 겨자색 옷처럼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면이 비치게 해야 한다. 그 이야기가 그것이 목적한 대상에 가 닿아 이해되었을 때, 알려진 이야기 뒤에 감춰진 이야기는 그것을 이해한 사람들의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 이야기는 이야기꾼의 의도와 무관하게, 망설임이라는 병으로부터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197-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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