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평점 :
《알고 있다는 착각》은 인류학의 새로운 쓸모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인류학적 시야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책의 구성은 인류학의 세 가지 핵심 원리를 적용하여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기'와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그리고 '사회적 침묵에 귀 기울이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인류학적 사고방식의 세 가지 핵심 원리란, 이방인과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길러야 한다는 점, 다른 사람의 관점이 아무리 낯설어 보여도 경청할 줄 알아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낯섦과 낯익음이라는 개념을 수용하면 남들과 우리 자신의 맹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여기에 굉장히 멋진 비유가 등장해요.
"인류학자는 X선 장비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렴풋한 정도로만 인지하는 숨겨진 패턴을 본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의 원인을 'x'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y'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1p)
디지털 시대에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가상공간의 혁명으로 사회학자와 컴퓨터과학자들은 사람들을 관찰할 막강한 도구를 얻었어요. 하지만 빅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뿐,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해요.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심리학은 개인이 왜 음모론에 빠지는지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음모론이 어떻게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해요. 이때 인류학은 다른 학문과 융합하여 현재 우리가 당면학 문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어요.
저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들어가기 전에 인류학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타지키스탄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고산지대의 마을에서 내부인이자 외부인이 되어 소련 사람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했다고 해요. 1992년, 기자가 되어 타지키스탄을 찾았을 때는 내전 중이었고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의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적으로 호텔에 갇혀 있었는데 , 그때 함께 있던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커스 워런이 다음과 같이 물었대요. "타지키스탄에서 정확히 뭘 연구하셨어요?" "결혼 풍습이요." "결혼 풍습! 그런 걸 뭐 하러 연구해요?" (7p)
배울 만큼 배운 언론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인류학에 대한 의구심이 이 책의 출발점이에요.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결혼 풍습을 연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어요. 세상을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갖가지 도구들이 있지만 문제는 그 도구가 불완전하는 거예요. 기존의 도구들이 나무만 본다면 인류학은 숲을 볼 수 있게 해줘요. 책에 나오는 사례를 통해 인류학의 원리가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세계화 시대에 생존 전략은 인류학의 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여기에서 핵심은 인류학적 시야가 다른 지적 도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안한다는 점이에요. 다양한 차원에서 바라보고 포용하며 사회적 침묵을 경청하는 자세, 즉 인류학적 시야가 기후변화와 불평등, 사회적 통합, 인종차별주의, 광적으로 치닫는 SNS, 금융위기, 정치 분쟁의 시대에 필요한 해법이 될 수 있어요. 정치와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공감과 인류애가 필요한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학'의 재발견이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