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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가둔 병 - 정신 질환은 언제나 예외였다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77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7월
평점 :
《사회가 가둔 병》 은 북저널리즘 일흔일곱 번째 책이에요.
북저널리즘 시리즈는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짧지만 강렬한 책인 것 같아요.
이번 책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정신 질환을 다뤄왔고, 무엇이 정신 질환을 가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요즘은 정신과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정신 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남아 있어요. 솔직히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신 질환에 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우선 정신건강복지혁신연대의 존재를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정신건강복지혁신연대'는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이들의 건강과 회복,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이며, 이 책은 그간 혁신연대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우리나라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도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22퍼센트에 그치며, 정신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정신 질환을 뇌의 질병으로 인식하여 회복보다는 치료 중심의 접근, 즉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인 정신 건강 정책의 흐름과는 다르다고 하네요. 국제적 기준은 치료를 넘어 회복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는 회복 패러다임은 증상 너머의 삶의 회복이라고 해요. 회복에 필요한 건 삶의 대안이며, 서구 국가들은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장애에 대해서도 주거, 고용, 교육, 문화, 예술 등 신체장애인과 동일한 권리를 갖도록 보장하고 있어요. 신체 장애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지 않는 것처럼 정신적 장애도 나약함이나 무능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개인이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회복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다시 만드는 과정인데, 폐쇄병동에서 고립된 상태로는 회복이 일어날 수 없어요. 정신 질환자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려면 동료 지원가들이 필요해요. 동료 지원가는 정신 질환으로 인한 치료와 회복의 경험을 가진 당사자가 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에게 상호 간의 지지를 제공하는 전문가인데,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미 2000년대 이후 동료 지원가 전문 자격 과정을 만들고, 정신 의료 기관 및 지역 사회 기관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정신장애인은 UN 장애인권리협약을 통해 동등한 장애인으로 권리를 보장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로서 장애인으로서 권리 요구는커녕 자신의 정신적 장애를 드러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정신 질환자는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밝히는 공황 장애에서부터 우울, ADHD, 알코올중독, 그리고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조현병까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특정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누구나 정신 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약물 중심의 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뿐이지 삶의 온전한 회복을 돕지 못하고, 강제 입원, 열악한 치료 환경, 그리고 장기 입원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이며 정신 질환자에게 증상보다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해요.
건강한 사회는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 결국 정신 질환과 정신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어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다함께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