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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사랑은 뭘까요, 라는 흔한 질문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하는 건 아직 답을 찾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답이 너무 많아서일까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을 하게 되네요. 평범한 일상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법 같은 사랑의 힘이랄까. 대부분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감정이야 아름다울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다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건 아니잖아,라고 단호하게 말하기엔 뭔가 안쓰럽고 신경이 쓰여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감정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바라보게 되는 거예요. 하나의 풍경처럼.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은 에쿠니 가오리의 2008년 단편집으로 2022년 리커버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이오의 표지가 산뜻해서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에쿠니 가오리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작품들, 아홉 편을 만날 수 있는데, 그녀의 사진 중 올린 머리에 아래를 내려다 보는 새초롬한 옆모습 같아요. 발레리나처럼 여리여리한 목선과 오똑한 콧날과 빨간 입술의 그녀를 보면서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아요. 현실의 그녀는 나이가 들었겠지만 소설에서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말이죠.
<선잠>의 주인공 히나코, 그녀에게 고스케 씨는 진짜 사랑이었을까요. 그러면 토오루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나는 가 버린 여름을 떠올렸다. 토오루가 있고, 후유히코가 있고, 선잠처럼 혼돈스러웠던 여름.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 여름. 애정을 매장해 준 여름. 해 질 녘 바람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해 질 녘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나는 좋다. 주부가 장 보러 가는 시간,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노는 시간, 장밋빛과 회색빛과 연푸른빛이 한데 섞인 듯한 공기." (98p)
다들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히나코는 선잠에서 깨어나듯 지나가버린 사랑과 작별 인사를 했어요. 여름은 가고, 새로운 계절이 또 오겠지요.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여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겠지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