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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 그리스신화에서 그리스도교까지
안계환 지음 / nobook(노북) / 2022년 7월
평점 :
그리스 Greece 라고 하면 그리스신화와 올림픽 성화, 산토리니... 떠오르는 것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그리스 공화국의 정식 국명이 헬레닉공화국 Hellenic Republic 이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스 공화국 사람들은 그리스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고대 로마인들이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에요. 그들 자신은 헬렌의 후손이라 생각한대요. 고대그리스인이 차지했던 영역은 이오니아라 불렸던 터키 서해안을 포함한 지중해 거의 전부와 흑해까지 상당히 범위가 넓다고 해요. 신화를 공유했던 사람들, 올림피아제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헬라인이라 불렀고 이들이 살았던 지역이 헬라스였어요. 그러니 고대그리스 문명을 다룰 때에는 그리스공화국만 한정된 게 아니므로 헬라 문명 또는 헬라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옳다고 하네요.
《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는 그리스신화에서 그리스도교까지,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유럽인은 그들 문명의 출발은 헬라스라고 인식하는데, 이 헬라스에서 탄생한 문화가 여러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유럽인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신화에서 출발해 역사, 알파벳, 철학, 과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헬라스는 서양사상의 위대한 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문화와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해요. 해외여행을 하면 환전을 하는데, 유럽은 일부 국가를 빼고는 유로라는 동일화폐를 사용하니 편리해요. 유럽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유로는 지폐의 경우 같은 도안을 사용하고, 동전은 나라별로 다른 도안을 쓴다고 해요. 지폐에는 유럽 공통 인물을 설정할 수 없어서인지 유럽지도와 로마수로 등 대표적인 건축물을 그려 넣었고, 1,2유로와 센트 동전은 각 나라의 대표인물이 그려져 있어요. 그러면 그리스공화국의 대표인물은 누구일까요. 그리스에서 발행되는 2유로 동전에는 황소 등에 올라탄 에우로페의 모습이 있는데, 그만큼 에우로페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면서 가장 중요한 여인이라는 뜻이에요.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지폐 신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워터마크와 홀로그램에 에우로페가 그려져 있어요. 그녀로부터 유럽이라는 이름이 탄생했기 때문이에요. 1유로 동전에는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올빼미가 그려져 있는데, 수도 아테네의 수호신이며 유럽 지식인이 사랑하는 지혜의 신이기 때문이죠.
그리스신화의 발달에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3대 비극작가들을 빼놓을 수 없어요. 구전되던 이야기를 작가들이 연극으로 만들고 경연을 통해 비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발달했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만들어지면서 후대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거죠. 그리스신화가 그리스로마신화로 이어지게 된 건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오비디우스의 역할이 매우 커요. 우리가 아는 전설과 신화들은 대부분 그들이 쓴 책에 나오는 거예요. 헬라스에서 발생한 신화는 지중해를 자신의 바다로 만든 로마로 이어지고, 문화가 빈약했던 로마인은 헬라인의 것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신화로 삼았어요.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후 신화는 언급해서는 안 되는 이교도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그리스도교에 헬라문화가 담겨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어요. 그리스도교가 유일신을 추종하면서도 다수의 수호성인을 만들어 낸 것도 헬라스 다신문화의 영향이에요. 세월이 흘러 신화는 그리스로마문명이 다시 부각된 르네상스시대에 되살아나는데, 당시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신화가 다뤄졌고 유럽문화의 근간이 되었어요.
그러나 오늘날 유럽인은 그들의 정체성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정의하기를 꺼리는데, 그 이유는 과거보다 세속주의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유럽연합은 포용의 공동체로서 그리스도교 외에도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며 인정하고 있어서 그리스도교를 중심에 내세울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래서인지 유럽 도시에 수많은 성당과 교회가 종교적인 공간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 역할로 바뀐 것 같아요. 시대 변화라고 봐야겠지요.
이 책은 유럽문명을 통해 유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절한 세계사 가이드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