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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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끝난다고요?

알 수 없는 감정이라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줄이 갑자기 스르르 풀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전혀 놓을 생각이 없었는데 반대편에서 당기던 줄을 놓아버린 것 같아서 잠시 멍해졌던 것 같아요. 결정적인 그 장면을, 다시 읽었어요. 그만큼 몰입했던 것 같아요. 연약하고 아름다운 매런에게 빠져 있었네요.

아마 이 소설을 읽는다면 당신도 예외일 순 없을 거예요.

사람을 먹는 소녀 매런의 이야기.

매런은 엄마와 둘이 살았는데, 열여섯 살이 되는 생일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사라졌어요.

설마 엄마가 자신을 두고 떠났다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남아 있어요. 바로 엄마가 남긴 쪽지.

"난 네 엄마고 널 사랑하지만 더는 못하겠어." (12p)

엄마는 늘 매런에게 친절했고, 한 번도 '네가 저지른 끔찍한 짓'이거나 '괴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5월 30일, 열여섯 번째 생일날은 완벽했어요. 토요일이었고 엄마는 오랜만에 행복한 모습이었어요. 맛있는 것을 먹었고, 생일 선물도 받았으며, 레스토랑 식사 후에는 극장에서 <타이타닉>을 봤어요. 아하, 끝을 알고 다시 이 장면을 떠올리니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와 매런의 운명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 운명적 사랑과 죽음, 타이타닉 속 주인공은 과연 행복했을까요. 암튼 매런은 피곤하지만 흡족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거예요. 엄마는 그동안 매런이 무서워서 참고 있었던 거예요. 사실 흔적이라고는 뼈조각과 옷가지뿐인데, 매런은 항상 엄마에게 숨기지 않았으니까. 매런이 그 일을 저지를 때마다 엄마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이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만 도망갔어요. 매런이 좀더 클 때까지 기다렸던 거죠.

남겨진 쪽지 외에 두툼한 흰 봉투 안에는 돈과 출생증명서가 들어 있었어요. 아빠에 대한 언급을 피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 매런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찾아 떠나게 돼요. 과연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근본적인 질문일 거예요. 더군다나 매런은 보통의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을 먹는 식인자라는 건 단순히 식성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도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서 억제할 수 없어요. 열여섯 소녀에겐 엄청난 고민이자 고뇌예요. 사랑받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을 혐오하는 매런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게 돼요. 어쩌면 몰랐던 게 아니라 인정하기 싫었을 거예요. 바꿀 수 없는 나란 존재와의 대결을 하는 느낌이랄까.

나, 엄마, 가족, 뿌리, 생존, 본능, 사랑...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아서 공감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설득된 것 같아서 소름끼쳤어요. 이해할 수 없는데 어느새 받아들인 것 같아서, 아니 잡아먹혔다고 해야겠네요. 홀린 듯 읽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본즈 앤 올 Bones & All》 은 카미유 드 안젤리스의 소설이고, 2016년 미국 도서관 협회로부터 알렉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럴 만한 작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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