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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는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 다수의 베스트셀러 역사책을 쓴 작가인 닐 올리버의 책이에요.
이 책은 고고학자의 관점에서 유물과 유적 안에 깃든 인간을 탐구하고 있어요. 저자는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인간의 짧은 생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고자,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선조들의 세계를 되짚어보기로 했다고 말이죠. 유물과 유적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해왔고, 우리 조상들이 우리가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지만 수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뭔가가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어요. 저자는 그것이 바로 인간의 감정이라고, 분명 그들도 우리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었고 똑같은 희로애락을 느꼈을 거라고요. 그래서 이 책에는 가족, 지구, 집, 세입자들, 기억, 공존, 나아가기, 영웅, 이야기, 상실, 사랑, 죽음이라는 주제로 서른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땅속 깊이 잠자던 유물을 깨워 인간의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특별한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처음 소개하는 유물은 360만 년 전 고인류 가족의 발자국이에요. 1978년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발자국 화석은 우리의 먼 조상이 직립보행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도구는 260만 년 전에 등장했으므로 우리 조상들은 두 발로 걷기 훨씬 전부터 도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어요. 라에톨리 발자국을 발견한 메리 리키는 원래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유명한 고인류학자였던 루이스 리키와 결혼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대요. 메리는 오래된 화산재층에 남아 있는 발자국이 성인 둘과 아이 하나인 것을 보고 세 사람이 가족일 거라는 추측을 했어요. 걸음의 방향은 셋이 가까이 걷다가 어른 하나가 나머지 두 사람과 두세 걸음 떨어져 있는데, 이렇듯 주변을 탐색하는 듯한 움직임이 시간을 초월하여 그들의 마음을 전해주고 있어요. 오랜 시간 우리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인 가족 안에서 살았고, 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유물은 영국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중석기시대의 스타 카 유적이에요.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초기 중석기 시대의 야영지 유적에서 다량의 석기, 골각기와 함께 붉은 사슴, 유럽들소, 야생 돼지뼈가 발견되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이 붉은 사슴의 뿔을 변형해 만든 머리 장식이에요. 눈구멍을 두 개 뚫고, 장식을 고정할 끈을 매달 수 있게 구멍도 낸 머리 장식이라 학자들은 가면으로 보기도 해요. 이 머리장식이 사슴을 뒤쫓는 위장용인지 사먄이 의례에서 착용했던 복장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중석기시대 사냥꾼들은 붉은사슴에 대해 거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붉은사슴의 뿔로 만든 수많은 도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어요. 또한 사슴뿔로 미늘 달린 작살 수백 점이 호숫가에서 발견된 것은 우연히 떨어뜨린 게 아니라 사냥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작살을 제물로 봉헌했음을 추정할 수 있어요. 그들은 생존을 위한 사냥 이외의 목적을 지녔던 거예요. 고고학자들은 발굴된 유물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주는 사람인 거예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고고학이 먼지 쌓인 과거가 아니라 현재 우리를 증명해내는 작업이라는 거예요. 원시부터 전해 내려온 조상들의 모든 것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부족하고 미숙한 우리에겐 오래된 지혜가 있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