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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집사
배영준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평점 :
《사우디 집사》 는 배영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야기인 데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반전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은 드라마로 치자면 시즌 1 이 끝난 것이고, 본격적인 사우디 집사의 활약상은 다음 편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다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2편을 기다릴 만큼 재미있다는 거예요.
우리에겐 좀 낯선 직업군인 '집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가 핵심 키워드예요. 소설의 배경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이라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살바토르 문디가 이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라는 게 신기하고 놀라워요.
예전에 집사 양성 학교가 존재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검색해보니 거의 10년 전에 한국인 최초로 네덜란드 버틀러 아카데미를 졸업한 분이 계셨네요. 졸업생들은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주로 중동, 유럽 등의 왕실이나 수백억 원대 거부의 저택, 5성급 이상 호텔, 리조트, 요트, 크루즈, 대사관 등에서 일한다고 해요. 실제 중동이나 유럽 왕실에서 일하며 명성을 얻어 다른 왕실에서 스카우트된 졸업생도 꽤 있다고 하니, 정말 존재할 법한 주인공을 탄생시킨 작가님이 대단한 것 같아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시와 소설을 쓰는 겸업 작가이고, '사우디 집사'도 3년 전 사우디 리야드에서 처음 집필하기 시작하여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무리했는데, 이 모든 작업이 출장 업무와 함께 해낸 것이라니 더욱 멋지네요.
소설에 영감을 준 건 신문에 실린 기사였는데, 살바토르 문디가 세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낙찰되었고 그 구매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왕자였다는 사실이었대요. 도대체 왜, 이슬람교의 발상지이자 수니파 이슬람교가 국교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알라 신이 아닌 예수님의 초상화를 구입했을까요. 단순히 예술품 수집가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몹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어요. 살바토르 문디는 발견 당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가품 논란이 있었는데, 복원하면서 진품으로 결론이 났고, 다빈치의 작품 중 유일하게 개인 소유 작품이 되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 피터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5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의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를 입학했어요. 집사학교 역사상 최초의 한국 학생으로 입학하여 2년 동안 교육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하여 수석 졸업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어요. 피터는 한치 망설임 없이 사우디국왕 반살림 가문의 집사를 선택했어요. 그리하여 사우디 집사가 된 피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예요. 서론이 길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살바토르 문디에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거든요. 그레이스 왕비님과 미술 관리인 제임스 쿡 그리고 자밀라 공주님까지 인물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왠지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떠오르면서 사우디 집사 피터의 신비한 모험담을 보는 느낌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바라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그들만의 세계가 너무 견고하고 폐쇄적인 데다가 끔찍한 인권 침해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잔혹한 왕국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요. 암튼 우리에겐 접근 불가의 세계를 사우디 집사가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처럼 침투하여(물론 취업된 거지만) 미스터리한 업무를 수행하니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네요. 누가, 왜... 물음표가 마구마구 쏟아진다는 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 넘친다는 의미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