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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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는 법의학 신경심리학자이자 심리분석가인 리처드 레티에리의 책이에요.

저자는 30여년 간 개인의 심리 치료뿐 아니라 형사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하면서 정신적 장애가 어떻게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지 직접 지켜보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여러 종류의 범죄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광기를 폭넓게 다룸으로써 인간 본성의 전체 스펙트럼을 탐구하고 있어요. 인간의 극단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형사사법 체계와 관련된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사법 전문가의 사례를 살펴보고, 때로는 피고인과 보통의 정신분석 환자를 비교하는 자료를 분석하고 있어요. 이 내용들은 다음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의 특성은 태어나면서 결정될까? 그것은 생물학적인 운명일까?

우리를 구성하는 이른바 '인간의 본성'이라고 부르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뀔 수 있을까?


우선 '다이모닉 daimonic'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어요. 형사사법 제도에서 매우 비극적으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힘을 설명할 때 "악마적 demonic"이 아니라 "다이모닉 daimonic"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다이모닉은 가장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인간이 본성을 의미한다고 해요. 갓난아이가 배고프면 작은 손으로 엄마의 새끼손가락을 강하게 움켜잡고 힘껏 깨물며 큰 소리로 울어 젖히는 힘 속에도 다이모닉이 존재하고, 군인의 영웅적 행동이나 테러리스트의 무고한 학살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고 해요. 저자는 '다이모닉은 우리 존재의 역설이자 불가사의'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그러면 다이모닉이 감동적인 노래를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지만 혐오스러운 성범죄를 저지르는 힘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다이모닉과 같은 인간 본성의 양극성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 접근법을 개발했어요. 프로이트는 인간 내면의 거부되고 억압된 감정과 충동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카를 융의 용어로 말하자면 '그늘진 면' 혹은 '그림자'는 의식적으로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면 심리적인 대사작용을 거쳐 분해되고 합성되어 사라지거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맡게 되지만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잠재되어 있으면 언제든지 악마적인 목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법의학적 결론을 낼 때, 정신장애에서 비롯된 행동과 비인간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보통 사람의 파괴적 행동의 경계를 항상 의식하지만 그 경계를 명확히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파괴적이고 혐오스러운 충동이 있지만 모두가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아요. 성인이 정신장애가 되는 데에는 어린 시절 질 낮은 보살핌과 적절치 않은 애착 말고도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마다 자기만의 정신적 삶과 경험, 상상력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정신화 능력은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정체성의 기초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나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인데, 이것이 손상되었을 때 자제력을 잃거나 현실을 왜곡하는 정신 상태에 빠질 수 있어요. 자아를 인식한다는 건 자기의 욕망과 의도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만한 욕망과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며, 이러한 심리적 이해가 있어야 현실 왜곡과 파괴적 행동에 의지하지 않고, 가장 악의적인 충동도 견뎌낼 수 있어요. 반면 자아 인식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때 다이모닉의 악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정신화 능력은 일종의 심리적 기반 시설로서 파괴적인 다이모닉의 형태로 표현되기 전에 감정적 충동을 조절할 수 있고, 고통을 참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 볼 수 있어요. 범죄를 저지른 대다수는 정신화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요. 실제 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재소자의 80% 가 정신 발달과정에서 양육자와 애착이 불안정하고 정신화 능력이 낮았고, 살인을 비롯한 폭력범죄로 수감된 재소자가 정신화 능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은 정신화 능력이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사회적 기술 덕분에 정신화의 가면을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머리로 이해할 뿐 그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그래서 테드 번디와 같은 연쇄살인범이 위험한 거예요. 번디를 상담한 기억 심리학자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를 매력적인 남자라고 확인했을 정도로 겉보기엔 잘생기고 매력적이었던 거죠.

이 책에서는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의 뿌리가 정신화 능력의 미숙, 심각한 정신질환, 자제력이 낮은 신경심리학적 조건, 약물 남용으로 혼미해진 정신상태,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성격장애 등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이모닉 스펙트럼으로 볼 때 잔혹함과 숭고함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 체계가 때로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을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회복적 사법 관점이 전통적인 징벌적 관점과 함께 법체계에 통합되면서 비폭력 범죄자에게는 중재자 또는 상담자와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화를 통해 범죄로 생긴 심리적 손상을 줄여나가는 치료 사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하네요. 앞서 심리적으로 성숙한 자아 성찰 능력을 강조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들과 주변의 영향에 쉽게 지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따라서 사법제도와 같은 문화적 제도가 개인의 실패를 막아주는 울타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불완전한 법체계를 계속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범죄심리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형사사법 체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문제점까지 짚어냈다는 점에서 인간 본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탐구서인 것 같아요.



이마누엘 칸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런데 인간 본성의 불가피한 비뚤어짐을 꿰뚫는 그의 통찰은 매우 역설적이다.

어쩌면 인간의 전반적인 경험을 심리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칸트가 말한 인간의 불가피한 비뚤어짐을 예방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다.

(25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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