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부동산 사기꾼에 당할 수밖에 없는가?
김하진 지음 / 밝은강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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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사 투자 방법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부동산 사기를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우리는 왜 부동산 사기꾼에 당할 수밖에 없는가?》 는 '이상한 나라의 분양형 호텔 리얼 스토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에요.

저자 김하진 대표는 디자인 전공 대학교수로 임용되어 재직하던 2015년 분양형 호텔 사기를 당하게 됐고, 그 내막에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회의 부조리를 묵과할 수 없어서 생업을 뒤로 한 채 앞장서 싸우고 있어요. 자그마치 7년, 아직 그들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충격적이네요. 여전히 진행 중인 여러 재판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저자는 더 이상 이러한 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방패를 제공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해요. 부조리와 불공정으로 얼룩진 우리나라가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는 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개인의 피해사례가 아니라 똑같은 수법으로 수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분양형 호텔의 비극은 과거의 일이 아닌 것이, 지금도 이곳저곳에 분양형 호텔 분양 홍보 현수막이 크게 버젓이 걸려 있어요. 분양 당시 수익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도 수익금 지급을 약속한 주체들의 채무 초과로 인해 법적으로 집행하거나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문제는 이런 구조 속에서도 엄청난 물량의 분양형 호텔 객실이 경매 시장에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이에요. 목돈 없는 서민들이 상당한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전형이 이런 분양형 부동산 상품이다 보니 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의 고통이 다시 경매 낙찰자에게 반복될 수 있어서 위험한 거예요. 저자는 극소수 사기꾼에 의해 절대다수가 고통받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서 널리 알리려는 거예요.


이 괴물 기형아 분양형 호텔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요.

2011년 2월 24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조윤선 의원이 대표발의' 한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은 조윤선, 유기준, 원혜영, 고홍길, 이정선, 이범래, 나경원, 강용석, 이두아, 김성동, 이병석, 구상찬, 박준선, 권영진, 홍사덕, 조진형, 나성린, 박진, 이한성, 정두언, 한선교, 허원제, 이철우, 진성호, 장광근, 황영철, 신성범, 김성수, 조전혁, 이춘식, 유일호, 이은재, 이사철, 배은희, 진영, 임동규, 최경희, 이성헌, 김금래, 황진하, 김장수, 이장현, 강명순 등 43인의 의원 명의로 발의가 된 법안이다.

이 법안으로 호텔 용적률은 주거지역에서는 150%, 상업지역에서는 500% 라는 어마무시한 비율로 완화가 되었다. 주차공간도 134㎡당 1대에서 300㎡당 1대 확보하는 것으로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완화가 되었다. 호텔 용도로 공유지를 빌려줄 경우 땅값을 절반으로 감면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호텔을 지으라고 온갖 혜택을 몰아준 셈이라고 방송은 표현했다. (2020년 10월 24일 방송된 KBS 심층기획보도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 당시 정부는 특별법이 '특혜'나 다름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규제 완화로 호텔이 과잉공급될 것이라는 우려는 당시에도 거론되었다.

특별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사람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던 신용환 관광산업국장이었다고 한다.

... 아예 분양형 호텔의 모델 자체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가 없는 구조이다. 이들이 그것을 몰랐든, (몰랐다면 이런 법안을 내놓을 자격 미달이다) 예상되는 부분이 있는데도 눈을 감았든, (그렇다면 더더욱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 수만 명 피해자의 한(恨)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이 법이 등장하면서 2011년 말 683개이던 관광호텔은 2019년 말에 1050개로 불과 8년 정도의 기간에 367개가 늘었다. 분양형 호텔의 증가 속도는 더 빨랐다. 특별법 시행 전에는 12개였던 것이 2018년 말에는 124개로 늘었다. 6년 사이 열 배, 무려 1000%가 넘게 늘었고, 현재는 150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92-295p)


그동안 뉴스를 통해 접했던 사기 범죄는 특정 범죄조직의 소행이라면 분양형 호텔 사기는 정부 차원의 특혜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네요. 지금이라도 분양형 호텔의 사기극을 막아야 해요. 과연 특별법을 발의한 43인은 이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을까요. 이제는 시스템이 바뀌고 관계 법령이 강화되고 명확한 감시, 감독 주체가 생겨나야 하는데, 여러모로 답답한 시국이네요. 책에는 특별부록으로 부동산 투자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어요. 저자가 혹독한 경험을 하며 얻어낸 방패와 방탄복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무겁네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꼭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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