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내의 2층 커피숍에서 창밖 풍경을 보다가 문득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올랐어요.

꽤 오래 전부터 다녔던 거리인데도 완전히 바뀐 건물들 때문에 낯선 풍경이 되어버렸어요. 어릴 적에 살던 동네도 남아 있는 건물이 거의 없어서 추억할 공간이 사라졌어요. 그저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는 골목길과 작은 가게들... 그 가게들 중에 목공소가 있었어요. 매일 길고 커다란 나무판을 전기톱으로 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사실 목공소를 기억하는 건 그 장면보다 냄새예요. 나무 냄새는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취향이 아니라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그래서 목공소를 지날 때마다 '으음~'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며 깊이 더 많이 맡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집의 탄생》 은 내촌목공소 대표 김민식님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해요.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해 온 저자는 '나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다. 나무의 수종을 고르고 목재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내 손을 거친 후에 목재는 집 짓는 장소로, 가구 작업대로 자리를 옮긴다. 여기에 펼친 집 이야기는 느릿느릿 나무를 만져온 사람의 관찰기이며 세월과 바람에 일렁거렸던 감동과 감정의 기록' (9p)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에는 반 고흐의 오두막부터 르코르뷔지에의 호숫가 집까지 여러 서구 건축가나 문인들의 집뿐 아니라 다양한 집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보면 압도하는 분위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더라고요.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 집은 별개의 영역, 특별한 공간인 것 같아요. 오롯이 그 안에 삶이 담긴 그릇이랄까. 그래서 저자는 도연명의 용슬재, 가모노 초메이의 방장 1평, 센 리큐의 다이안 2평, 마쓰자와 마코토의 최소한의 건축 9평,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주택 10평 그리고 승효상의 빈자의 건축은 작지 아니하고, 큰 울림으로 세상을 덮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집이 사람을 말한다고요. 19세기 프랑스의 저명 문필가이자 한때 쇼팽의 여인이기도 했던 조르주 상드는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이냐 궁전이냐 내게 얘기해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 (209p)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고 하네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말해준다'고 떠들고 있으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 말고 진심으로 원하는 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삶의 길도 달라지겠지요.

2022년 5월 세계 제15차 세계산림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셋째 날 오전 포럼의 주제가 목재였고, 바르셀로나의 총괄 건축가였던 비센테 괄라르트가 주제 발표를 하면서 시종 공학 목재 글루램과 CLT 로 지어지는 세계 건축 현황을 설명했다고 해요. 최근 완성했거나 진행 중인 건축물이 모두 목재 구조 건축이라는 거예요. 지구의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가 목재 건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이죠. 저자는 현재 짓고 있는 목재 구조 집이 집의 미래가 되리란 상상을 못했는데, 어느새 미래가 자신의 마당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고 말하네요. 이제 집은 나만을 위한 공간일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구를 생각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