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푼 영화 -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김현우 지음 / 너와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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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푼 영화》 는 술맛 나는 영화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한국에 내노라 하는 영화를 제작한 (주)페퍼민트앤컴퍼니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라고 해요. 왠지 전문가 시점에서 영화를 분석한 내용일 것 같지만 의외로 가볍게 수다를 떨듯이 영화의 뒷이야기를 술술 들려주네요. 이른바 '술 취한 한국 영화'가 이렇게 많았나 싶어요.

제가 한창 영화에 푹 빠져 있던 90년대에는 술과는 전혀 친분이 없던 시절이라서 영화에 나오는 술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새삼 이 책을 읽다가 추억의 영화에서 '아하, 그 장면!' 하고 떠올리는 재미가 있네요. 술에 초점을 맞추니, 등장인물이 마시는 술은 그냥 술이 아니라 스토리의 일부였다는 것이 이제서야 보이네요. 특히 한국 영화에서는 술병 하나조차도 어엿한 역할을 맡고 있었네요. 물론 어느 나라의 영화든지 소품은 이유 없이 등장하는 법이 없지만, 유독 한국 영화에 나오는 술은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와 감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등장하는 썸싱스페셜은 이름과는 달리 가격대가 높은 고급 위스키는 아니지만 나름 국산 양주 브랜드로서 꽤 명성을 떨쳤다는 것을 영화 속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답게 <넘버3>에는 다양한 술이 등장하는데 호스티스 출신 시인 지망생 현지의 자작시 제목인 발렌타인 30년산은 고급 술의 대명사라고 하네요. 손예진과 조승우의 애틋한 로맨스가 압권인 <클래식> 에서 흉가에 있던 걸인 남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저자는 매의 눈으로 걸인 남자가 들고 있던 작은 소주병이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인 1968년 진로였다고 확인해주네요.

와인과 위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날 수 있는 외국 영화들도 소개하고 있어요.

굉장히 강렬한 여운을 남겼던 <쇼생크 탈출> 에도 술이 등장하는데, 앤디가 동료 죄수들을 위해 요청한 시원한 맥주예요. 얼음통에 넣어 차갑게 한 미국 토종 맥주인 스트로스 보헤미안 병맥주를 열 명이 남짓한 죄수들이 마시는데, 최고참 죄수 레드(모건 프리먼)이 "마치 자유인이 된 듯했다. 남부러울 게 없었다" (205p)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이 영화의 원작은 스티븐 킹의 소설 《사계 Different Seasons》 1982 중 봄편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 신의 전 과정을 영화보다 더 상세히 기술했는데 영화와 다른 점은 앤디가 내건 '시원한'이라는 조건은 원작에 없는 내용이라고 해요. 맥주를 즐겨 마시진 않지만 무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땡길 때가 있는데, 그건 맥주 한 잔의 여유랄까, 그 분위기가 주는 쾌감 때문인 것 같아요. 소설에서는 "맥주는 오줌처럼 미지근했지만 평생 먹어본 것 중 최고였다!" (206p)라고 묘사되었는데, 죄수들이 처한 상황이라면 확실히 영화보다 원작의 묘사가 실감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순간은 아마도 남들 시선에서는 평범하거나 별것 없이 보일 테지만 오직 나 자신만 알 수 있는 거니까.

원래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가벼울수록 좋고, 재미있으면 더 좋은 법인데, 책을 통해 술과 영화를 맛있게 마신 느낌이에요. 보통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왠지 이번에는 그 사람과 함께 추억의 영화를 보며 술 한 잔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네요. 우리 때는 늘 극장 데이트가 빠지지 않았다오. 영화와 함께 그 시절의 시간들을 소환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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