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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와 풍경의 세계 - 7명의 고전과 7명의 선구
윤철규 지음 / 미진사 / 2022년 6월
평점 :
《산수와 풍경의 세계》 는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 풍경화라는 두 그림 세계를 다룬 책이에요.
산수화와 풍경화는 서로 다른 화풍이라서 어떤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왜 산수화와 풍경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생각을 했을까요.
그건 한 권의 책이 자극제가 되었다고 해요. 제임스 캐힐의 『중국회화사』 에는 중국 화가 왕원기 (1642-1715)와 프랑스의 세잔 (1839-1906)을 나란히 거론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캐힐 자신의 말이 아니라 중국미술품 감정가였던 장 피에르 뒤보스크의 말이라고 하네요. 저자도 처음엔 뒤보스크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가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공감했고, 이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대요.
맨처음 연대표와 함께 중국과 서양의 화가, 대표 작품을 병렬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인류 역사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되네요.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들이 동양과 서양이라는 지리적 차이 속에서 어떻게 작품을 완성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네요. 표현기법은 다르지만 고대의 자연에서 산수를 찾아내고 풍경을 발견하는 과정은 서로 닮아 있어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서양미술사와 동양미술사를 구분지어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의 산수화와 유럽의 풍경화를 똑같이 자연을 묘사하는 예술적 관점에서 탐구했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중국의 고전 화가로는 오대와 북송 초의 동원과 이성, 남송의 이당 그리고 원의 황공망, 오진, 예찬, 왕몽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들은 각기 처지와 입장은 다르지만 모두 자연에 깃든 영적 정신의 실체를 자신만의 필치로 해석했고, 이들이 이룩한 고전의 필치가 명청에 들어 많은 화가의 학습 대상이 되었다고 해요.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산과 봉우리가 마치 살아 꿈틀대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져요. 산수화의 특징상 색채가 화려하지 않은데도 입체감이 굉장하다는 점에서 그 필법이 놀라워요.
유럽의 풍경화는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풍경 묘사가 아름다워요. 고전 풍경화는 화면의 통일과 조화를 위해 인공의 색조를 만들어 쓴 것으로 색의 통일감과 깊이감을 연출한 것이라고 해요. 마을, 교회, 성, 호수, 산과 바다 등 하나하나는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조합된 장면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풍경을 그려냈으니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거죠. 여기에 소개된 화가로는 얀 반 에이크, 요아힘 파티니르,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존 컨스터블, J.M.W. 터너,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이며 이들의 작품을 통해 풍경화의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서양 미술사에서 풍경화의 시대는 세잔 이전에 이미 막을 내렸고, 인상파 화가들이 몰두한 빛은 과거에 풍경 묘사 기법의 핵심이었다고 해요. 순수한 애정으로 자연을 그리는 풍경화의 시대는 짧았지만 후대에 남겨진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여전히 그 감동은 전해지네요. 예술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산수와 풍경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로 초대하는 느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