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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회 -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한스 게오르크 묄러.폴 J. 담브로시오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생각이음 / 2022년 6월
평점 :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일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어요.
특별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게 된 것 같아요. 찰칵 찰칵!
대부분 잘 나온 사진은 프로필이 되거나 SNS 에 실시간으로 올리곤 해요. 사진은 당연히 보정앱으로 꾸미지만 그 누구도 보정한 사진을 올렸다고 해서 가짜라고 비난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보정하지 않은 원본 사진을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드물 거예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사진을 올리는 목적은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려는 프로필성이기 때문이에요.
《프로필 사회》 는 성실성과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변화된 현대 사회를 철학과 사회학 이론으로 분석한 책이에요.
저자 한스 게오르크 묄러는 독일 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마카오대학교의 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폴 J. 담브로시오는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학교 중국철학 부교수이자 국제문화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저자들은 소셜 미디어와 셀피의 프로필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평가들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어요. 진정성은 이미 해체되고 연출되어 진정성이 없음이 드러났는데, 진정성의 시대에 집착하는 건 시대 역행이자 역설적인 태도라는 거죠.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집단들은 프로필성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프로필을 쌓고 홍보하며 살고 있어요. 성실성과 진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대의를 향하는 게 아니라 인기를 끄는 대의가 개인과 집단의 프로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프로필은 공개적이라서 프로필성의 도덕성이란 성실성과 같이 보이지 않는 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정치적 올바름과 선행 발언을 통해 도덕성이 표현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는 말실수를 저지른 다음에 번복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또한 진심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프로필성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진짜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프로필성 윤리인 거예요. 프로필성은 사회적 검증 피드백 순환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보여줄 정체성을 가꾸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프로필성에서는 일단 정체성을 보여주면 프로필에서 게시된 것은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로서 충실해야 성실성과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어요. 프로필성의 논리를 픽처레스크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존재와 재현 사이의 위계가 뒤집어져 그림이 진짜가 되듯이, 프로필성에서는 프로필이 본질보다 우선인 진짜가 되는 거예요.
오늘날 끊임없이 모니터링되는 투명성과 알고리즘이 프로필성과 적절하게 맞물려 번성할 수 있었고, 동시에 프로필성 위기로 고통받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인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갈수록 번아웃을 토로하며 이른바 프로필 노이로제가 보편적인 현상이 됐는데, 이러한 역설적인 정체성과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온전성을 해칠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에 숨겨진 모순과 부조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해요. 우리가 진짜인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우리를 둘러싼 조건들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요. 프로필 사회를 이해하려면 우리 스스로 관찰자이자 관찰 대상이 되어 프로필성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 책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통찰한 보고서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