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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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한국인이라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겠지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들이 아름다운 시가 되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네요.

이번 시집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그 시기에 하루에 한 편 또는 일주일에 한 편씩 독자들을 만나는 마음으로 쓴 신작시 176편이 담겨 있어요. 코로나19와 맞서 싸운 의료 현장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린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어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힘든 시간을 지나온 우리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하는 시(詩)인 것 같아요.

어느새 이 년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어떻게 이 시기를 지나왔는지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참 아프고 힘들었어요. 그때는 누구랄 것도 없이 전부 힘들어서, 감히 말할 수조차 없었네요. 말하지 못한 아픔이 차곡차곡 쌓이다 못해 마음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마음이 온통 잡동사니로 가득찬 창고가 되어버렸나봐요. 들여다 보니 쓸만한 건 하나도 없는데 열심히 채웠더라고요. 미련하게도, 비우질 못했네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니, 아름다운 시가 아니더라도 끄적끄적 뭐라도 적어볼 걸, 그랬더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텐데,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렇게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요. 제가 적을 수 없었던 그 마음을 시인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요즘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몰라요. 마스크는 입만 가리는 건 줄 알았는데 제 마음도 막고 있었나봐요. 마스크를 벗었을 뿐인데 꽉 막혀 있던 마음이 조금 풀렸어요. 그리고 시를 읽으면서 위로가 되었어요. 다 큰 어른들도 가끔은 누군가의 토닥임과 응원의 말이 필요해요. 괜찮아, 너무 애쓰지 마... 천천히 가자.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방패 삼아 잘 견뎌 왔고, 오늘의 무탈함을 감사할 수 있었네요. 이제는 딱 이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아요. "너 자신을 살아라 너 자신을 빛내라." (112p) 나태주 시인의 <오직 너는>이라는 시를 소리내어 읽었더니 마음이 따스한 온기로 채워진 것 같아요. 어질러진 마음의 방을 깨끗이 비워내고, 좋은 것들을 담을 시간이에요. 시를 읽는 시간, 지금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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