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지음,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방울꽃은 제가 좋아하는 꽃들 중 하나예요. 

솔직히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특별히 더 마음이 가는 꽃이 있을 뿐이지요. 

책 표지를 장식한 은방울꽃 덕분에 바로 발견한 책이에요.

길을 거닐다가도 꽃만 보이면 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워서 얼른 사진을 찍는 습관이 생겼어요. 사랑하는 연인의 얼굴처럼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려고요. 단순히 꽃을 좋아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식물에 대한 애정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네요.


《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은 식물학자 이유미님과 사진작가 송기엽님이 함께 만든 책이에요. 이 책은 아름다운 풀꽃과 나무들을 일 년 열두 달의 기록으로 담아냈어요. 꽃 사진과 함께 다정한 소개글이 있어서 어찌나 정겨운지, 평생 식물과 함께, 식물을 연구해온 식물학자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즐거워서, 늘 곁에 두는 소중한 책이 되었네요.

동네 화단에서 자주 만나는 꽃들도 있지만 일부러 찾아 나서야 겨우 볼 수 있는 귀한 들꽃들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이 더욱 소중한 이유는 송기엽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사진들을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과 《내 마음의 나무 여행》 두 권을 한데 묶고, 내용을 가다듬어 이 책이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면 그 대상도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송기엽 선생님의 사진들 덕분에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네요.



순백의 은종들이 조랑조랑 달린

은방울꽃

잎사귀 뒤에 숨어 익는 고운 열매가 산딸기라면, 잎사귀 뒤에 숨어서 피어나는 고운 꽃은 은방울꽃입니다.

나무가 들어찬 숲속, 간간이 드러나는 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찾아드는 곳으로 가 보세요.

넓적하게 2갈래로 펼쳐진 잎사귀 사이로 작고도 순결한 흰색의 은종들이 조랑조랑 매달린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은방울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봄이면 손바닥처럼 넓게 퍼지는 잎이 드러나고, 이내 꽃자루가 올라와 자루를 따라 많게는 10개 정도 은방울 같은 꽃이 달립니다.

'은방울꽃'이란 이름도 이 고운 꽃의 모양을 딴 것입니다. 둥근 종 모양의 흰 꽃들과 뒤로 살짝 말린 6갈래의 잎끝, 작은 꽃들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달려 있는 모습이며, 수줍은 듯 휘어져 고개 숙인 모습까지 모든 면에서 이름보다 훨씬 아름다운 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 은방울꽃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노라면 어디선가 살포시 봄바람이 불고 그 부드러운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은방울꽃의 향기가 있습니다. 맑디 맑은 천상의 향기가요. 현란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눈길과 후각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이만큼 매력 있는 꽃을 찾기도 어려울 듯 합니다.

(5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