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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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소개없이 "오늘 저녁, 타마라는 외출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문득 '나'의 정체가 궁금해질 거예요.

타마라의 외출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 과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타마라가 나간 뒤 조용해진 집 안에서 서류와 오려낸 신문 쪼가리를 꺼내고, 두 시간가량 일을 하고 있어요. '나'의 직업이 궁금한 거라면 바로 답할 수 있어요. 대학교수. 그러나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려면 한두 문장으로는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가 쉽게 짐직할 만한, 일반적인 유형은 아니라는 거예요. 중요한 건 이 소설의 알맹이가 '나'라는 화자를 통해 들려주는 타마라의 모든 것이라는 점이에요. '나'는 나와 타마라,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 포개어진 두 개의 깔대기' (20p) 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타마라의 모든 경험, 모든 남자관계에 관한 것들을 공유하는 남자, 그가 바로 '나'예요. '나'는 타마라에게 최종단계의 남자라고, 그녀가 일과 섹스를 끝내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의 주인이자 항상 손닿는 곳에 머물러서 어디로 달아나버릴 일이 없는 남자라고 여기고 있어요. 타마라 역시 '나'에게 "당신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25p)라고 말했으니 서로 동의된 관계인 건 틀림이 없어요. 세상에 이런 관계가 존재한다는 게 다소 파격적이지만 어쩐지 '나'의 독백과도 같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서서히 그들의 관계에 설득되는 느낌이 들어요. 문득 영화 제목이 떠오르네요. 헤어질 결심... 내일 개봉되는 따끈한 신작이라 내용은 잘 모르지만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이야기라고 하네요.

이 소설 역시 '나'는 타마라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한 부부가 아니고, 함께 살면서 타마라의 성적 경험을 공유하는 동거인이에요. 연인이라기엔 멀고 친구로 보기엔 훨씬 더 가까운 관계인 거죠. '나'는 남자로서의 성 역할을 할 순 없지만 성적 본능이 사라진 건 아니라서 타마라가 데이트를 나갈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애써 아닌 척 하고 있어요. 회피하다가 결국엔 타마라를 동일시함으로써 자기합리화에 이른 거예요. 둘은 서로 헤어져서 살 용기가 없다는 걸 여러 번 확인했어요. 만약 따로따로 혼자 산다면 둘다 지금보다 더 형편없이 시들시들 살아갈 거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각자의 결핍을 참아내면 함께 사는 거예요. 과연 '나'와 타마라의 인생에서 정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섹스, 성적인 쾌락은 육체에 속하는 단면일 뿐...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그 답을 찾고 싶네요.

《타마라》 는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로 유명한 1972년 작품이에요. 주로 성性에 초점을 둔 이야기라서, 우리나라에는 이제서야 소개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네요. 저자 에바 킬피는 핀란드 태생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페미니스트라고 하네요. 욕망 앞에 인간은 평등하지 않을까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에로티시즘은 좋아할까 모르겠네요. 어찌됐든 이 소설은 터널 같은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나아가게 될 테니, 그래야만 끝이 보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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