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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평점 :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포물의 소재는 귀신, 유령과 같은 존재였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좀비가 대세가 되었네요.
외국 좀비와는 차별화된 K 좀비가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 덕분에 낯설었던 좀비에 대한 인식이 점차 친근함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감정은 절대 아니에요.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의 존재가 좀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구현되는 느낌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단순히 무섭다는 공포감을 뛰어넘는, 뭔가 이상한 동질감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는 전건우 작가님의 좀비 소설집이에요.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좀비 소설이 실려 있어요.
<콜드블러드>에서는 연쇄살인마 남정철이 등장하고, <Be the Reds!>에서는 노숙자 좀비와의 사투가 그려지고, <유통기한>에서는 좀비를 피해 편의점에 갇힌 사람들이 나와요. <숨결>에서는 좀비 사태에서 살아남은 임신부가 극한의 상황에서 출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낙오자들>에서는 자살하려고 수면제를 먹고 깨어나니 좀비 천지가 된 세상을 그리고 있어요.
각 작품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좀비들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과연 나는 저 소설 속 어디쯤, 누구의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하게 돼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2년간 겪고 나니, 바이러스 전염병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를 체감했던 것 같아요. 초기에는 기침만 해도 의심과 질책의 눈길을 보내고, 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만약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지 못했을 거예요. 집콕 생활을 하면서 좀비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봤던 탓인지 잠깐, 좀비들 세상을 상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상상해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세상이 바뀐다고 사람 본성이 어딜 가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사람이라고 해서 전부 좀비보다 더 낫다고 장담할 순 없을 거예요. 사람을 물어뜯어 먹는 좀비의 본능을 욕하기엔 사악한 인간의 행태가 더 끔찍해서, 그냥 비교불가인 것 같아요. 나쁜 건 다 똑같이 나쁜 거지,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전건우 작가님의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을 구경하고 나니, 현실 지옥과 묘하게 겹쳐지네요.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