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석 - 헤르만 헤세 인생론
헤르만 헤세 지음, 배명자 옮김 / 반니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설령 하늘에 떠가는 구름밖에 볼 수 없을지라도,

우리가 살아 존재하는 한 기뻐해야 한다.

고난과 역경에 처할지라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미소 짓는 삶의 자세야말로

운명을 역전시키는 기적의 비밀이다.

(6p)



노래의 첫 소절만 들어도, 아하! 감탄을 자아낼 때가 있어요.

책의 첫 문장 역시 강렬하게 와닿는 순간이 있어요. 갈증을 해소하는 물 한 모금같은.

《인생의 해석》 은 헤르만 헤세의 인생론이에요.

헤르만 헤세를 그의 작품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수레바퀴 밑에서>, <게르트루트>, <크놀프>,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유리알 유희> 등등.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소설을 통해 작가의 내면 세계를 살짝 엿보는 정도였어요. 그러니 명성에 비해 제가 아는 바는 거의 없었던 거죠.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인생의 해석'이라는 제목만 보면 인간의 삶 전체를 논하는 철학자의 면모를 떠올리는 게 당연해요. 그러나 프롤로그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이며 모든 인생은 한 번뿐이고 반복은 없다는 것, 고로 인생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여정이라고 말이에요.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인 적이 없으나 모두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며,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가고 있다고요. 모든 인간은 같은 기원, 즉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저마다 고유한 목적지를 향해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나 서로의 인생을 해석할 수는 없어요. "내 인생의 해석권은 오직 내게만 있다." (8p)라는 것이 핵심이에요.

나이 지긋한 사람들 중에 간혹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는 너스레를 떠는데, 틀린 말은 아닌 거죠. 우리에게 인생이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가는 과정이니까요.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나이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도 그가 겪었던 경험들이 특별한 깨달음이 되는 순간은 결코 공유할 수 없는 것임을 자각하게 되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건 상상의 영역이기에 가능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존재했던 누군가의 삶은 저절로 객관화 되는 것 같아요. 관찰자의 시선으로 삶의 장면들을 바라보게 되네요. 똑같을 리는 없지만 전혀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게 인생인지라, 인생 이야기는 늘 흥미롭고 진지한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건 개별적인,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그 삶에 관해 노래하는 시는 왜 모두의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읽고 나니, 그가 말하는 인생의 여러 단계와 공간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아요.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어가는 경험을 통해 그가 깨달은 것들,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인생이라고 말하겠지요.



신들의 세상을 따라

은하수 위를 미끄러져 온다

발걸음이 눈 위를 걷듯 미끄러진다 ......

나는 무엇을...... 빌어야 할까?

나의 모든 고난이 계속되더라도

더는 아프지 않기를

- <환자> 중에서 (119-120p)


죽음은 저기에도 여기에도 없다

죽음은 모든 길에 있다

죽음은 당신 안에 있고 내 안에 있다

우리가 삶을 배반하자마자

- <늙어가는 때에> 중에서 (152-153p)


안개 속을 걷는다, 기이하다!

인생, 외롭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고

모두가 혼자다

- <안개 속에서> 중에서 (164-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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