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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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은 서가명강 시리즈 스물네 번째 책이에요.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한 당신에게"로 시작되는 글 때문인지, 문득 편지를 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철학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살면서 생각하는 것들을 다루는 학문이라 친근하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책은 철학 수업으로 혼돈의 세계에서 탄생한 사랑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삶과 사상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1941)를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읽었다고 하네요. 제 경우는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 (1956)라는 책을 통해 에리히 프롬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통해 철학적 사색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네요. 프롬은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사상가였지만 전문 철학계에서는 깊이 없는 통속적인 사상가라며 폄하되는 경향이 있었대요. 그러나 저자는 프롬이야말로 심원한 사상을 명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개잔한 대표적인 사상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프롬의 책을 보면 정신분석가로서의 체험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는 프롬의 글쓰기에 독자들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프롬이 이러한 글을 쓴 이유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인데, 우리는 프롬의 글쓰기를 통해 철학적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33p)

프롬의 생애를 알면 그의 철학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어요. 프롬의 부모는 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상받기 위해 외아들인 프롬에게 집착했다고 해요. 부모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말다툼을 억제하거나 불만을 서로 표현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요. 어린 프롬은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끊임없는 근심 걱정과 어머니의 질식할 것 같은 소유욕으로 큰 고통을 받았고,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며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해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종종 소외감을 느끼고 우울해하곤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의 삶은 부모와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프롬은 정신분석가 프리다 라이히만과 결혼하면서 아내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신분석학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심리학과 사회학을 결합하여 분석적인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고 했어요. 마르크스를 연구하면서 그를 프로이트보다 더 높이 평가했지만 동구사회주의에 대해서는 극히 비판적이었어요. 1933년 나치가 독일에서 권력을 장악하자 유대인이었던 프롬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망명했으나 두 번째 결혼한 헤니가 독일을 탈출하던 중 폭탄 파편이 몸에 박혀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을 앓게 되어 치료를 위해 1950년 멕시코로 이주했어요. 프롬은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으나 그녀는 1952년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어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프롬은 1953년 미국 출신의 애니스 프리먼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아픔을 극복했어요. 1958년 애니스가 암에 걸리자 프롬은 그녀가 죽으면 자신도 함께 죽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고, 애니스 역시 프롬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슬픔을 견디지 못한 채 프롬 사후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1956년 『사랑의 기술』은 두 사람이 나눴던 깊은 사랑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철학적 이론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인생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롬은 우리가 고독감을 극복하면서 참된 결합과 합일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이라고,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불안과 절망에서 구원해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어요. 여기서 참된 사랑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어요. 병적인 이성과 욕망에 입각한 실존은 소유지향적인 삶 내지 죽음지향적 삶이라고 부르는 반면에, 건전한 이성과 욕망에 입각한 실존을 존재지향적인 삶 또는 생명지향적 삶이라고 부른대요. 따라서 행복한 삶은 따뜻한 마음과 함께 냉철한 지혜가 필요해요. 자신의 이성적인 잠재적 능력을 제대로 구현할 경우에만 진정으로 행복하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해요. 철학은 우리 안의 힘을 깨우고, 이성과 인격을 성숙하게 만드는 지혜의 원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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