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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기억’보다 중요한 ‘망각’의 재발견
스콧 A. 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5월
평점 :
굉장히 열받는 일이 생겼을 때, 주변에서 "그냥 잊어버려!"라는 말을 종종 해요.
물론 저 역시 똑같은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잊을 수만 있다면 덜 고통스러울 텐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이상하게도 기억해야지 했던 건 금세 까먹고, 잊어야지 하는 건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것 같아요.
참으로 알쏭달쏭,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뇌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기억과 망각의 비밀을 풀어줄 뇌과학 이야기.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는 스콧 A. 스몰 (Scott A. Small)의 책이에요.
저자는 노화와 치매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이자 컬럼비아대학의 신경학 및 정신의학 교수로 알츠하이머병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35년 넘는 세월 동안 기억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저자의 최첨단 지식들이 실제 환자 사례와 함께 담겨 있어요. 이미 짐작했겠지만 기억 전문가의 결론은 "정상적 망각은 정서적 행복과 사회적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것, 즉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불평하는 망각은 정상적 망각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투덜거림이 감사함으로 바뀌게 될 거예요. 병적 망각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망각을 환영하며 반길 일이에요.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정상적 망각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요. 저자는 자신의 첫 환자 칼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칼은 변호사이며 학창시절부터 줄곧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였는데 최근 고객의 이름을 더듬거리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우리에겐 살짝 민망한 상황으로 넘길 문제인데 칼에게는 이름을 더듬거리는 문제가 직업상 심각한 장애로 느껴진 거죠. 신경학적 검사 결과, 칼의 전전두피질은 양호하지만 해마는 미세하게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어요. 칠십 대 사람이 해마 기반 기억 능력이 악화되었다면 두 가지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데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이거나 정상 노화 과정의 일환이라는 거예요. 다행히 칼은 정상이었고, 연구를 위한 임상 추적 조사를 수락하여 그 뒤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진료실을 찾았다고 해요. 칼은 11년 후 심장질환으로 사망하기까지 2년마다 한 번씩 검진을 받았고, 사후 부검을 통해 최종 확인한 내용은 칼의 해마 기능 장애는 질병과 무관한 정상적인 인지 노화였어요.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정상적 망각에 관여하는 완전 별개의 분자 모음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우리 뇌에는 기억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분자 도구상자 외에도 망각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분자 도구상자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가지돌기가시를 분해하여 그 크기를 줄인다는 거예요. 따라서 망각은 그저 기억의 결함이 아니라 정교한 진화의 산물이자 인지 영역의 선물인 거예요.
이 책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자폐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분노와 공포, 창의성, 편견, 알츠하이머병과 향수병에 관한 내용들이 실려 있는데, 각 임상 사례를 통해 기억과 균형을 이루는 망각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네요. 아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개발 중이라고 하네요. 최첨단 뇌과학 지식을 알면 불필요한 두려움과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