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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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은 리처드 파워스의 장편소설이에요.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불안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이 소설은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2021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하네요. 솔직히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 눈에는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견뎌내는 마음이 먼저 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잃는 심정일 거예요.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는 건 역시 사랑인 것 같아요. 반대로 뭔가가 파괴되었다면 그건 그 대상이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면 사라지고 말 거예요. 우리는 모든 생명체가 소중하다고 배웠지만 이미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되고 있어요.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해요.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는 없을지도 몰라요. 가족의 죽음은 한 개인의 불행이지만 지구 생명체의 멸종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래서 저자는 얼리사의 죽음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 것 같아요. 얼리사는 열정적인 동물권활동가였고, 새들을 사랑하여 관찰하는 것을 즐겼던 탐조가였어요.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아홉 살 아들 로빈과 함께, 빌린 오두막집 위에서 별을 보고 있어요. 스모키 산맥에 둘러싸인 오두막 방에 누워 아이 엄마가 만든 세속 기도문을 외우고 잠드는 모습이 소설의 첫 장면이에요. 굉장히 평화롭게 느껴지는 이 장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어요.

두 사람은 3년 전, 사랑하는 얼리사와 반려견을 잃었어요.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생명체까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시오와 아들 로빈의 일상은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어요. 아빠와 아들, 둘이 함께 하는 세계는 따스하고 평화롭지만 아들 혼자 버텨내야 하는 학교라는 세계는 전쟁터 같아요. 아내가 곁에 있었다면 로빈을 안전하게 지켜줬을 텐데... 학교에서 로빈은 분노를 폭발시키며 친구들을 다치게 했고, 아빠는 로빈을 오두막집에 데려갔어요. 로빈은 상실에 민감한 아홉 살 소년일 뿐 비뚤어진 문제아가 아닌데 아빠 외에는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또래 아이들은 로빈을 이상한 애 취급하며 함부로 떠들어댔어요. 로빈의 분노는 정당했어요. 물론 폭력은 잘못된 행동이었죠. 그래서 학교 측에서는 의사들이 처방한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유했지만 아빠는 거절했어요. 어쩔 수 없이 약물 대신 택한 방법이 데크네프 실험에 참여하는 거예요. 스캐닝 AI가 로빈의 두뇌 속 연결패턴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건데, 한마디로 AI가 인간의 감정을 신경 피드백으로 통제하는 실험이에요.

아빠 시오는 자신이 열한 살 때 읽은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 이라는 책이 과학적 상상력을 일깨웠던 의미 있는 책이라서, 열두 시간을 운전할 때 로빈과 함께 다시 듣기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로빈은 그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고 자꾸만 오디오북을 멈추며 질문을 던졌어요. 앗, 설마... 그 내용이 로빈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던 거죠. 아빠 시오는 외계 행성의 생명체를 연구하고 있지만 정작 어린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긴 어려웠던 거예요.

놀랍게도 로빈은 AI 실험 훈련에서 엄마를 느끼는 경험을 했어요. 과거 알리사의 두뇌 스캔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로빈은 그 느낌을 오두막집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어요. 그리고 "아빠 아내는 아빠를 사랑해. 그거 알지?" (210p) 라고 말해주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원제는 당혹(Bewilderment)인데, 그 감정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확실한 건 나의 두뇌도 피드백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을 닮아가리라는 것.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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