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이진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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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는 왜 짧게 자른 건지, 그냥 멋져 보여서? 아니면 시원하려고?


그건 모르겠지만 굳이 박박 우겨서 난생처음 투블럭 컷으로 뒷덜미를 이발기로 쭉 밀어냈고, 그 모습을 거울로 본 아이는 무척 만족해 했어요.


그러나 며칠 뒤부터 투덜대기 시작했죠.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애가 자길 오빠라고 부른다고.


단순히 머리카락이 짧아졌을 뿐인데 남자로 오해를 받는 상황이 잦다보니 그 자체가 짜증이 난 모양이에요. 당연히 남자애라고 여기는 타인들의 반응이 싫었나봐요. 이제는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하네요. 얼마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자기 머리카락의 길이를 조절하는 건 개인의 자유니까요.


다만 걱정스러운 건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본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헷갈리고, 끌려다니게 되는 건 아닌지. 딱 그게 염려스러운 거예요.


《언노운 UNKNOWN》의 주인공 우현은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에요.


과연 평범의 기준은 뭘까요. 우현은 핑크색 후드티를 사고 싶지만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고민하고 있어요. 꽤 어릴 때부터 자신은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 성별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파란색은 남자아이, 핑크색은 여자아이라는 이분법의 질서에 순응하는 척 했지만 끊임없이 의심했어요. 성별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다움을 요구하는 모든 것들에 거부감을 느꼈어요. 엄마 '영주'에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트위터 속 민찌가 되어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소심한 자유를 누리고 있어요.


우현은 트위터를 통해 '지예'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성격, 취향이 달라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이 소설은 우현과 지예, 영주 세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제목 '언노운(unknown)'은 말 그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소리내어 계속 말하다보면 '언'이라는 발음이 우리말에서 꽁꽁 '언'이라는 의미로 다가와요. 마침 소설의 첫 문장이 "외톨이 펭귄은 무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7p)로 시작해요. 남극이라는 언 땅에 살고 있는 펭귄들 무리에서 눈에 띄는 녀석, 그 외톨이 펭귄으로 말문을 여는 우현의 이야기가 '지예'라는 친구와 만나면서 조금씩 '녹'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약간이나마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면 나쁘지 않은 출발인 것 같아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느꼈어요. 작가의 말처럼 대한민국 차별금지법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난 5월 25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열렸는데 여야 합의의 자리가 아니라 민주당 단독으로 개최한 자리였다고 해요. 법안이 통과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아 보이네요. 내일은 지방선거가 치뤄지는 날이에요.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가 갖춰야 하는 기본인데, 왜 차별금지법이 정쟁의 대상이 되는 건지 유감스러울 따름이에요.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그 원인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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