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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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여행한다고 하면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보 여행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동네 한 바퀴 산책이면 모를까, 먼 길을 걸어가는 여행은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러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여행길이라면 어떨까요.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는 퇴계 선생의 귀향길을 따라 걷는 아흐레 여정을 담은 책이에요.

우선 이 길은 지리학자 이기봉 박사님이 고문헌을 바탕으로 현장 답사하며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 육백 리를 연결한 것이라고 하네요.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하여 강남에서 남양주, 양평, 여주, 원주, 충주, 단양, 영주를 넘어 안동 도산서원이 최종 도착지예요.

작년 4월에 육백 리 퇴계길 도보여행을 이기봉 박사님은 길잡이가 되어 글로 기록하고,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님은 여정을 카메라로 찍고, 스케치하며 풍경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내어 이 책이 완성되었어요. 우리나라 4월의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새삼 감탄하게 되었어요.

서울의 경복궁 사정문 앞에 서 있는 걷기 대표 네 사람의 사진이 인상적이에요. 검은 갓 쓰고 하얀 도포를 입은 선비의 모습으로, 퇴계 선생이 사정전에서 선조에게 하직 인사하고 귀향길을 떠나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어요. 1569년 음력 3월 4일, 퇴계 선생은 국정의 스승이 되어 달라는 젊은 선조 임금의 발령을 사양한 뒤 도리어 귀향을 허락받았다고 해요. 도산서원 측 행사 일정으로 사진 촬영을 한 것이고, 두 사람은 9일 만에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길을 떠난 거예요. 물론 옷차림은 걷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말이죠.

우리에게는 익숙한 경복궁과 광화문, 종로 거리를 걸으며 도심의 풍경부터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가 바로 퇴계길의 출발점이라는 게 놀라웠어요. 당연히 머리로는 알고 있는 역사의 현장인데도 퇴계 이황 선생의 입장이 되어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우리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네요. 두뭇개나루터공원에 거대한 느티나무의 사진과 그림을 보니, 저 느티나무는 수백 년간 꿋꿋하게 버텨내었구나 싶어서 우리의 얼을 찾은 듯 반갑고 자랑스러웠어요.

육백 리 귀향길이라고 하면 그 거리가 언뜻 실감이 나지 않는데, 책 속 지도를 보면 만만치 않은 여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옛날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90리, 즉 40km를 걸을 수 있었대요. 서울 경복궁과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의 예안 중심지 사이의 최단 거리가 545리, 옛날 사람들은 6일만에 갈 수 있었는데, 퇴계 선생은 당시 69세의 나이인지라 말을 타거나 배를 타고서도 무려 14일이 걸렸대요. 귀향길 곳곳에서 옛 친구들도 만났다고 해요. 이듬해 세상을 떠났으니 귀향길 자체가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된 거죠. 이기봉 박사님은 그 길을 세 번째 걷고나서 9일 걷기가 알맞다는 걸 알게 되었고, 네 번째는 이태호 교수님과 함께 아흐레 여정을 한 거예요.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우리는 책을 통해 살짝 맛볼 수 있어요. 퇴계길을 직접 걷는다는 건 역사를 몸으로 체득하는 경험인 것 같아요. 당장 도전할 용기는 없지만 언젠가는 걸어보고 싶은 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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