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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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른 릴은 덴마크의 국민작가라고 하네요.

《북극 허풍담 1》은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요.

첫 장에는 "그런데 이 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사실이야." (5p)라고 적혀 있어요.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사실이라고 우기는 첫 마디에 웃음이 나네요. 저자는 일생 동안 전 세계 곳곳을 탐험했는데, 그린란드 북동부에 갔다가 북극의 매력에 푹 빠져서 무려 16년을 살았대요. 그러니 북극에서 보낸 경험이 '북극 허풍담'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혹독한 추위가 누군가에게는 재난이지만 요른 릴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오히려 더 끌리는 환경이었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책 속 이야기들도 그러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고 있어요. 괴롭고 힘든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멋진 것 같아요. 사람들 중에도 심각한 순간에 농담을 던질 줄 아는, 유머를 가진 사람이 있잖아요. 가볍거나 진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삶의 곳곳에 숨겨진 폭탄들, 그걸 피하는 것이 최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터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건 단단한 마음인 것 같아요. 그 단단함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사랑과 유머고요. 세상에나, 북극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북극 사람들은 우리를 '아랫것들'이라고 부른다는데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납득이 되는 건 왜일까요. 북극에서는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선입견을 갖거나 남의 의견을 배척하는 경우는 거의 없대요. 당연히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시덥지 않은 것들에 열을 내며 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북극이 늘 평화로운 건 아니지만 혹독한 환경에 비해 그들간의 관계는 제법 따스하게 느껴져요. 그러니 "겨울은 잘 보냈지?"라는 물음에 "그럼, 아주 잘 보냈어."(209p)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거겠지요. 저마다의 겨울, 그 혹독함을 견뎌낼 수 있는 지혜가 이야기 속 어딘가에 숨어 있어요. 아주 잘 찾아야 할 거예요. 요른 릴의 북극 허풍담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살아가는 사냥꾼들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겸손하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분명 얻는 게 있을 거예요. 그게 뭔지는 찾는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비밀이라고요.



"안톤, 다 지나갈 거야.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일은 없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누군가는 남동풍을 향해 돌진하고, 

또 누군가는 태양을 쫓아 달려갈 뿐이지." (24p)


"저 아래 사람들은 늘 진창 속을 헤매. 

제 할 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느라 바쁘지.

그런 걸 두고 정치라고 부르면서.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이 정치를 하기도 해요. 

자기들이 하는 정치가 세계사를 써 내려간다고 믿고.

대단한 착각이지. 그따위 세계사는 차라리 똥 닦는 종이로 써버리라고 해요.

그럼 최소한의 쓸모는 있는 거니까." (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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