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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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파란색'의 조합이라니, 뭔가 흥미로웠어요.

이 책의 부제는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이에요. 앗, 이번엔 '예술'과 '영감'이라고?

평소에 색채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책표지부터 눈길이 갔어요. 파란색이라고 해도 그 종류가 다양한데 책표지의 색상은 라피스 라줄리인 것 같아요. 라피스 라줄리(청금석)라는 원석의 파란색에서 따온 것이라 찬란하게 빛나는 파란색이라고 하네요. 책표지 정중앙에 하얀 원은 보름달을 표현한 것 같아요. 어둡고 푸른 밤을 환하게 비추는 달을 나타내고 있어요.

저자는 작가로서 "평소에 글 쓰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라는 질문을 질리도록 받았다고 해요.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영감을 운운하다니, 모르긴 몰라도 글 쓸 때 중요한 건 마감일이 아닐까요. 일단 저자에게 있어 영감이란 번개처럼 쾅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스치는 정전기 같은 거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어떤 영감을 받아서 글로 표현되는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긴데, '글쓰기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하니까 오류가 생긴 것 같아요. 그건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문학적 글쓰기에 관해 품고 있는 환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 현실 점검!

과연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은 흥미로운 주제일까요. 중요한 건 주제라기보다는 전달을 위한 수단의 문제일 거예요.

짧은 시간에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숏폼 콘텐츠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라도 길고 지루한 건 참을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저자는 이미 그 점을 간파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는 저자가 흥미롭게 여기는 인물 23인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짧은 글들이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특별히 관심가는 인물만 골라 볼 수도 있어요. 해시태그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천재 예술가들을 소개한 두 개의 키워드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 같네요.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순조로운 출발이에요.

도스토옙스키 #읽히지않는 # 대문호 / 쳇 베이커 #이중적인 #자기파멸 / 미켈란젤로 #반항적인 #마이웨이 / 윤동주 #부서질듯한 #순수 / 스탠리 큐브릭 #왜이럴까싶은 #집착 / 스콧 피츠제럴드 #멋쩍은 #인간미 / 마일스 데이비스 #마약보다 #전인미답 / 서머싯 몸 #위로되는 #냉소 / 오타니 쇼헤이 #담대한 #도저함 / 카라바조 #비굴한 #필사적인 / 렘브란트 #한심한 #별수없는 / 클로드 모네 #아련한 #흐릿한 /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멋대로인 #골치아픈 / 빌 에반스 #후천적 #고독 / 마틴 스콜세지 #빈틈없는 #냉정함 / 무라카미 하루키 #독창적인 #원숙 / 데이브 샤펠 #도발적인 #인류애 / 제인 오스틴 #어쩌다 #로맨틱 / 토리야마 아키라 #희극적인 #천재성 / 프리다 칼로 #비극보다 #새옹지마 / 에밀 졸라 #고고한 #용기 / 존 레논 #동화같은 #갈증 / 이창호 #고요한 #승부사

어디 가서 아는 척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이 먼저였다면 이 책을 잘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영감이 뭔지 몰라도, 읽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돌발 재미가 있어요. 까칠하지만 꽤 매력적인 말투랄까. 그 매력은 솔직함에서 오는 것 같아요. 책에 실린 글들은 브런치에 연재했던 것으로 원제는 '영원에 관하여'였는데,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본 거라고 하네요. 음, 속마음은 '지금보다 더 인지도 있는 작가였다면 우겨봤을 텐데...'라고 말하는 듯...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이 벽돌책이라서 완독하기가 힘든 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는 건 전부 유명세니까요.

문득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왜 보냐'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본질을 꿰뚫고 실체를 보라는, 깊은 뜻을 지닌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저 먼 곳에서 빛나는 달보다 눈 앞에 손가락을 더 집중해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당장 어둠을 밝히는 건 내 손에 든 손전등일 수 있으니.

이 책을 읽고 나니 '영감'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어요. 가끔 찾아오는 영감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미 내 안에 '나만의 생각'이 존재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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