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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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설일까요, 아니면 에세이일까요.

첫 문장부터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1971년 3월의 봄,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떤 심경의 변화였을까요.

제목에서 드러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럼에도 뭔가를 기대하는 열혈 독자를 위해 미리 경고하고 있어요. 이 책은 야한 이야기도 없고 자전적 요소나 재미있는 기억도 나오지 않는다고요. 오로지 자기 내면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어요. 사실에서 출발하여 공상으로 빠져버리는 이야기, 바로 작가로서의 자아가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내 나이는 서른다섯...

아침과 저녁, 타자기와 자기 자신이 두려워 타자기를 두드리는 어떤 여자일 뿐이다.

두려움은 아름답지 않다.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두려움을 몰랐는데, 이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부'가 끔찍하다."  (10-11p)


사강의 작품에서 인물들의 나이는 꽤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치인 것 같아요.

서른다섯 살의 의미는 뭘까요. 미처 몰랐던 두려움이 밀려오는 이유는 더 이상 젊지 않아서, 아니 스스로 젊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요.

1971년 3월 사강의 나이는 서른일곱 살이에요. 열여덟 살에 작가로 데뷔하여 엄청난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녀이기에 두려움은 받아들이기 힘든 낯선 감정일 것 같아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불청객처럼... 그래서 사강은 십 년 전 인물, 자신이 창조해낸 극중 인물인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를 다시 불러냈어요. 

반 밀렘 남매는 연극의 두 주인공이에요. 그들은 빈털러리 신세지만 유쾌하고 아름다운 매력으로 눈 먼 지갑을 노리며 살고 있어요. 타인을 통해서 쓸모를 증명해내는 존재들.

그들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캐릭터처럼 사강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저 감정의 일부분일 뿐, 사강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개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영화 본 적 없다니까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를 모른다고요?"  (39p)


우연히 초대된 노라 제델만 부인의 클럽 모임에서 영화광인 남자가 엘레오노르에게 한 말이에요. 이 유명한 영화를 모르냐고 묻는 건데, 반 밀렘 남매는 스웨덴에서 십 년을 살았기 때문에 본 적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무수히 은행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커플의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실제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보니와 클라이드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요. 위험하고도 매력적이니까.

엘로오노르와 세바스티앵 역시 그 치명적인 매력은 삶의 무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들의 운명은 작가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우리가 "안녕, 내일 봐" (187p)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사실 내가 섬기는 유일한 우상, 유일한 신은 시간이다.

오직 시간만이 나에게 심오한 기쁨과 고통을 줄 수 있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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