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기만의 산책 - 자연과 세상을 끌어안은 열 명의 여성 작가들을 위한 걷기의 기록
케리 앤드류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3월
평점 :
화창하고 맑은 날에는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목적지를 정해둔 걷기와는 달리 유유자적 걸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천천히 혹은 빠르게 나만의 속도대로.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핑계로 뜸했는데 봄이 되니 저절로 몸이 바깥으로 나가자고 하네요. 걷다보니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자꾸만 걷고 싶은 마음.
혼자만의 산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돼요. 산다는 건 뭔지, 나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루소는 "내가 걷다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마음은 다리가 움직일 때만 움직인다." (126p)라고 말했다고 해요. 유명한 작가들이 산책을 즐겼다는 사실은 여러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러나 여성 작가들이 걷기에 관해 쓴 글들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요. 마치 여성은 걷기와는 무관한 존재인 것처럼, 걷기의 역사에서 오직 남성들의 경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이 책은 드러나지 못했던 열 명의 여성작가들이 주인공이에요. 걷기의 경험은 여성들도 남성 못지 않다는 것을 걷기에 관한 글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카터, 도로시 워즈워스, 엘렌 위튼, 사라 스토다트 해즐릿, 해리엇 마티노, 버지니아 울프, 낸 셰퍼드, 아나이스 닌, 셰릴 스트레이드, 린다 크랙넬이 그 주인공들이에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여성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기록을 읽다보면 걷기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걷기는 성별, 나이, 국적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오로지 걷는 행위, 각자 자신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죠. 물론 과거 여성들에게는 제약과 제한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때도 이미 여성들은 걸었고 걷기의 놀라운 힘을 느꼈어요. 걷기는 육체적 행위이자 쓰기, 생활하기, 경험하기를 포함하고 있어요. 걷기의 리듬이 만들어낸 사색의 공간을 음미하거나 문학작품을 쓸 때 걷기가 풍부한 소재가 되며, 걷기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글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부록에는 제인 오스틴을 비롯한 유명 여성 작가들을 살짝 소개하고 있어요. 이들도 걷기에 관한 글을 썼고, 걷기가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제대로 이들의 작품을 읽고 싶다면 책 맨뒤에 도서목록을 참고하면 돼요.
《자기만의 산책》에는 두 가지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어요.
걷기의 매력과 여성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