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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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건 너무 싫어요. 하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아무리 싫어해도 떼어낼 수 없으니 괴로운 거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던데 진짜 그럴까요. 정말 맞다면 병원에 아픈 사람들은 죄다 성숙했다는 뜻인데, 제가 겪어본 바로는 아닌 것 같아요. 도리어 아픔이 지속되면 그 고통 때문에 삶의 의지마저 꺾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피하고 싶은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삶이라면, 잘 산다는 건 주어진 고통을 잘 견뎌내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이 소설은 시나브로 마음을 아프게 만드네요.

소설 《방학》의 주인공 김건수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는 날, 병원에 입원했어요.


" 1일

오늘 방학이 끝났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아빠가 살고 있는 병원에 왔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아빠와 같은 병에 걸렸고,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온 것이다." (9p)

오랜 만에 만나는 아빠는 병동 앞마당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위로는커녕 "시끄러. 안 죽어."라고 말했지만 며칠 뒤 조용히 홀로 떠났어요. 아빠가 소개시켜준 친구들이 있는데 모두 남자예요. 바로 김유정 씨와 프란츠 카프카 씨, 안토 체호프 씨의 책들, 이미 엄마의 책장에 꽂혀 있어서 잘 아는 사이라는 건 아빠한텐 비밀이에요. 근데 아빠는 건수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줬어요. 걔들의 공통점... "왜 몰라. 나랑 네가 답인데. 다 우리랑 같은 병으로 죽었잖아." (16p)

건수와 아빠를 괴롭히는 병이 뭔가 했더니 그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슈퍼결핵이라고 불리는 다제내성 결핵이래요. 내성이 생긴 결핵균이라 일반 결핵약으론 치료가 안 되기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대요. 세상에나, 결핵 사망은 옛날 얘긴 줄 알았는데 좀 충격이네요.

그러니 건수의 충격은 오죽했겠어요. 아예 처음부터 슈퍼결핵에 걸려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2차약으로 버티고 있으니, 그래서 어린애처럼 굴다가도 돌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나봐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되지 않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까요.

여기에 하나 더, 건수를 고민에 빠뜨리는 일이 생겼어요. 건수보다 세 살 많은 강희는 첫만남은 별로였지만 조금씩 친해졌고, 아니 훨씬 가까워진 탓이에요. 반쪽의 알약, 그 진심을 강희는 알아줄까요. 무엇보다도 그 마음은 사랑일까요.

어쩜 이토록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되었는지 놀라웠는데, 최설 작가님의 자전적 경험이라고 하네요. 건수와 똑같은 상황에서 그냥 죽기는 아쉬워서 세상에 책 한권을 남기려고 첫 장편을 쓴 거래요. 드디어 기나긴 방학을 끝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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