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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평점 :
이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명의 저자 때문일 거예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과 캐나다의 작가 루이즈 페니의 조합.
과연 몇 퍼센트의 진실을 녹여냈을지, 확실한 건 등장인물들의 이미지와 현실 싱크로율이 높다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겹쳐지는 이미지,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과 실존 인물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스테이트 오브 테러(State of Terror)》의 첫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국무 장관에 갓 임명된 앨런이 맡은 첫 번째 임무가 서울 방문으로, 미국 대사관에서 외교적인 조찬을 시작으로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뒤 강원도의 비료 공장과 DMZ 방문까지 숨 가쁜 일정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타는 장면인데, 왜 하필 한국이었을까요. 국제 정치를 무대로 한 이 소설 도입부에 한국이 등장한 건 현실을 반영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지명한 국무장관의 첫 임무가 바이든 대통령이 외쳤던 "미국이 (국제 무대에) 돌아왔다"는 공언의 실천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망쳐놓은 동맹 국가와의 관계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소설에서도 '거의 범죄 수준으로 무능했던 전임 행정부가 망친 동맹국들과의 관계' (12p)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소설 속 대통령 당선자 더글러스 윌리엄스가 다른 경쟁자를 지지한 정적인 앨런을 파격적으로 국무 장관에 임명했지만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 전략을 쓴 것이 오바마 대통령과 국무장관 힐러리의 관계를 닮았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앨런의 고문이자 절친인 벳시라는 등장인물은 루이즈 작가와 힐러리의 절친 벳시 존슨 이블링의 이름에서 가져왔고, 엘런과 그녀의 딸 캐서린이라는 이름도 실제 인물에서 가져왔다는 점이 뭔가 뭉클했어요. 뜻밖의 우정으로 이어진 그녀들의 깊은 관계가 소설에서 은밀하고도 특별하게 그려지고 있거든요.
런던과 파리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이에 대응하며 테러의 배후를 추적해가는 과정은 '이것이 정치 스릴러'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국제 정치 이슈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치열한 세계를 엿본 것 같아요. 물론 소설이라서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값진 교훈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