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
이낙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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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우리 모두가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인데, 특히 의료진들은 유독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 같아요.

현장 의료진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한계치를 넘고 있는다는데, 한편에서는 환자 배정 거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해요. 서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탓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가 힘들 때는 누구라도 지치지 않게 힘을 내자고 외쳐야 해요. 불평이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꿋꿋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는 위드 코로나 의사의 현실 극복 에세이예요.

이 책은 의사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의사라는 직업으로 산다는 건 진짜 만만치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어쩌다 내과의사가 되어 지금도 몇 십 년째 의사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의대에 가기도 어렵지만 가서 공부하는 것도 힘든 데다가 인턴과 4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은 흡사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병원에 갇혀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하는 인턴과 전공의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함께 일하는 동기들 덕분이었다고 하네요. 

가끔 뉴스를 통해 환자 보호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었는데 저자 역시 심한 폭언과 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하네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한 경우라서 가족들이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의료진에게 표출한 거예요. 몇몇 사건들을 겪으면서 저자는 자신의 실수를 수송기가 연착륙에 실패한 것이라고 비유하고 있어요. 환자의 사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미 수송기는 착륙 장소를 잃어버렸는데 환자만 보느라 환자 가족의 오해를 풀지 못했다고, 환자의 건강이 회복된다면 수송기는 신경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착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어딘가에 불시착하고 말아요. 결국 의사에게 쏟아진 최악의 착륙 사태, 그래서 환자 케어 못지않게 가족의 감정을 연착륙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고통이 남긴 씁쓸한 교훈인 것 같아요. 

병원이라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감염병 노출에 더하여 환자의 짜증과 신경질을 받아내야 할 때도 있고, 치매나 섬망과 같이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욕설을 듣거나 간혹 한대 맞는 일이 있지만 아픈 사람이라 합리적 처벌을 요구할 수 없으니 그저 참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오죽하면 저자는 내과의사로서 잘 지낼 수 있는 성품 두 가지를 공감과 존버라고 꼽았을까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글쓰기예요. 저자는 '글은 세밀한 감정의 청진기이고, 나를 주인으로 회복해주는 길잡이. 글쓰기는 자신과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하는 방법' (180p)이라고 표현했어요. 저 역시 이 책을 통해 쌓인 오해를 풀고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의료인들에게 제대로 감사를 표현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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