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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소설 무소유》는 법정 스님의 재가제자였던 정찬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법정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작가에게 '세상에서 살되 물들지 말라'는 의미의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실 만큼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하네요.
2010년 3월 11일 법정 스님이 입적한 이후 유언이 공개되었는데,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해 달라. 그러나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하여 스님의 책 품절 사태가 벌어졌어요. 참으로 안타까웠는데 스님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쓴 법정 스님 이야기 책이 나온 거예요. 이 소설은 2010년 처음 출간되었고, 2022년 30만 부 기념 개정판으로 나왔어요.
신기하게도 법정 스님의 속세 인연에 대해서는 궁금하게 여긴 적이 없었는데, 소설을 통해 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보니 맑고 향기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애써 꾸미거나 보태지 않아도 법정 스님의 삶 자체가 소설 같기도 해요. 어떻게 청년 박재철은 대학마저 중퇴하고 출가를 결심하였는지,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 여정 속에서 진실한 수행자의 모습을 보았어요. 스승의 뒷모습을 따르며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법정 스님의 스승인 효봉 스님에 관한 일화들은 놀라웠어요. 남의 잘못을 두고 시비하는 제자들에게는 "너나 잘해라, 이 녀석아!" (62p)라며 혼내시고, 토굴 걸레를 빠는 시자들에게는 항상 "걸레라고 하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는데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근검절약하며 지적하니 이에 질려서 도망간 시자들도 있었대요. 시자 법정은 효봉스님에게서 무소유의 가르침을 배웠어요. 말로 배운 지식은 쉽게 잊혀지지만 몸으로 익히고 깨달은 것은 자신의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오래 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처음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나 제 삶으로 살아내진 못했기에 마음이 늘 무거웠어요. 이제보니 어설픈 흉내만 내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네요. 물질적으로 비워내는 것만큼 마음도 비워야 했는데 '무소유'라는 껍데기에 연연했던 것 같아요. 법정 스님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같이 살다가 가셨어요. 스님이 떠난 빈 자리를 무소유의 정신으로 채워야 할 것 같아요. 무소유의 정신이란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비우는 것이며,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면 된다는 것을 겨우 깨달았네요.
"어디에서 왔는가."
"해남에서 왔습니다."
"어떻게 왔는가."
"출가하려고 왔습니다."
효봉스님이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물었다.
"생년월일을 말해보아라."
청년은 긴장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임신년 10월 8일입니다."
"허허. 니 생일에 불도가 들어 있구나. 중노릇 잘하도록 해라."
효봉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면 흔쾌하게 출가를 허락했다. 그러면서 시자스님에게 지시했다.
"시자야, 밖이 추우니 방에서 삭발해주어라."
...
효봉스님은 법복으로 갈아입은 청년을 보고는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던고."
"좀 전에 출가 허락을 받고 삭발한 청년입니다."
시자스님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효봉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묵은 중 舊參 같구나!"
"무슨 띠라 했던고."
"잔나비 띠입니다."
"오호라! 니는 부처님 가피로 세상에 태어났으니 불법인연이 참으로 크다 아니할 수 없구나.
부디 수행을 잘하여 법法의 정 頂수리에 서야 한다. 이제부터 니를 법정 法頂이라 부르겠다."
(52-53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