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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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라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무렵인 것 같아요.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벌러덩 마루에 누워 있었어요.

까무룩 잠이 들었던 건지 그냥 상상을 했던 건지는 정확하지 않아요. 그때 몸에서 붕 솟아오르면서 누워있는 나를 바라봤던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왜 그랬을까... 뭔가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질 않아요. 왜냐하면 나쁜 기억은 억지로 지우려고 애썼거든요. 그랬더니 점점 기억에서 사라진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대단히 나빴던 일들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릴 때라서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 나라는 존재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이젠 나 말고 다른 누군가로 산다는 건 원하지 않게 되었어요. 다음 생이라면 모를까.

《뒤바뀐 영혼》은 류팅 작가의 기묘한 이야기 열두 편이 담긴 책이에요.

제목이 주는 호기심에 이끌렸는데,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그 덕분에 제 오래된 기억속 한 장면이 자동소환된 것 같아요.

누구나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오직 본인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뒤바뀐 영혼>의 주인공 야거는 마지막 선택을 통해 무엇을 더 소중하게 여겼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귀>의 주인공 라오천은 귀를 제외한 모든 감각이 사라진 몸에 갇혀 있는 영혼의 고통과 슬픔을 보여주네요. <당나라로 돌아가다>는 아무리 끔찍한 시대라도 개인의 불행에 견줄 바는 아니구나 싶었어요. <죽음의 신과 친구가 되다>는 주인공이 친구라 생각한 죽음의 신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되네요. <낮과 밤>은 버스기사 라오홍을 통해 버스 같은 일생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해진 코스를 운행해야 하는 버스의 일탈, 도로 위를 질주하는 버스 그리고 사고까지 그 일련의 과정이 놀랍네요. <영혼의 무게>는 죽음을 현실적으로 자각하게 만드는 결말이네요. <제복>은 인간의 껍데기가 얼마나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죽음의 매니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한 켠을 엿본 기분이에요. 당신은 육신의 주인인가, 아니면 영혼의 주인인가. <허구의 사랑>은 허구의 인물이 겪는 고통도 진정한 고통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작가의 말처럼 허구는 소설의 재료이자 우리의 관념 세계를 구축하는 본질적인 방식인 것 같아요. 현실주의와 허구가 더 많은 결합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묘한 이야기들로 증명해낸 류팅 작가 덕분에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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