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느와르 인 도쿄
이종학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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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느와르의 조합도 신선하지만 그 배경이 도쿄라서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주인공 박정민은 사학과 교수이며 한일 근현대사 전문이라 도쿄에서 열리는 세미나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마침 장인어른이 두 사람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해주면서 아이를 맡아줄 테니 아내도 동행하라고 배려해줘서 10년 만에 부부 여행을 떠나게 된 거예요. 바쁜 정민을 대신해서 여행 계획을 짠 아내 덕분에 하코네 관광을 했는데, 그때 디지라는 닉네임의 재즈 연주자 겸 관광 가이드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돼요. 정민은 자신을 초청해준 릿교대 사학과의 학장인 스가노 씨의 만남에서 교환 교수 제안을 받게 돼요. 원래는 그날 밤에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스가노 씨의 연락으로 일정을 하루 더 늘리게 돼요. 

다음 날, 아내는 쇼핑이며 디지의 공연을 보기로 하고 정민은 약속 시간까지 3시간이 남아서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그 건물 맨 위에 음반 전문점까지 둘러보게 돼요. 디지 덕분에 재즈 생각이 나서 재즈 연주자들의 음반을 구입하고 시간이 남아 가부키초를 걷다가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은밀하고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게 돼요.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알아. 이런 데에 또 오게 되어있어."

"날 뭘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요. 이런 곳에 오는 건 쉽지 않죠. 처음이 중요해요. 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결코 뺄 수 없어요...."  (46p)

점잖은 대학교수의 작은 일탈은 억눌린 욕망을 자각하게 만들고, 점점 일본적인 일탈 속으로 빠져들게 돼요. 모든 게 완벽하게 셋팅된 듯한 정민과 미숙의 삶은 쇼윈도 부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정민의 주변 인물들이 매우 일본인 같은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에요. 아내 미숙도 10년을 같이 살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고, 정민의 조교 역시 친절한 가면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정민의 뒤를 꼼꼼하고 충실하게 돕고 있으니 표면적인 갈등은 전혀 없어요. 평온한 일상과 대비되는 정민의 내면, 그 숨은 욕망이 드러나고야 말았네요. 또한 오랫동안 봉인된 비밀, 그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네요. 

솔직히 디지가 매료된 일본만의 재즈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즈에 대한 열정은 진심인 것 같아요. 재즈는 다른 어떤 음악보다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의 감성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주될 수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러나 재즈의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도쿄 느와르는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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