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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평점 :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는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서원을 기록한 책이에요.
서원(誓願)이란 마음속에 맹세하여 소원을 세우는 것을 뜻해요.
이어령 선생님은 2022년 새해를 맞으며 다음과 같은 소원을 빌었다고 해요.
"기러기들처럼 날고 싶습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날았으면 싶습니다.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대열을 이끌어가는
저 신비하고 오묘한 기러기처럼 날고 싶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는
저 신비하고 오묘한 기러기처럼 날고 싶습니다.
... 아주 작은 날개라도 좋습니다."라고. (28p)
공교롭게도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미리 말씀하신 것 같아 소름이 돋았어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가려면 온 국민이 기러기들처럼 날아야 한다는 것.
서로 격려하고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는 기러기처럼, 부디 화합과 소통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원래 이 책은 『생각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출판사 사정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가 올해 새해 소원을 담은 제목인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로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해요. 이어령 선생님은 서문에서 "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갈 날개 하나씩을 달아주소서." (29p)라고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들, think 하나부터 열셋을 담고 있어요. 한국 문화의 원형들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벽을 부수고 뛰어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변화해가야 할 것인지,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세워야 할 때인 것인 것 같아요. 여기에 나온 생각들은 각자를 돌아보기 위한 자극제이자 새로운 사고를 위한 촉진제라고 볼 수 있어요.
비어 있는 창조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미키마우스의 신발을 예로 들고 있어요. 아이가 어른의 신발을 신은 것처럼 그 채워지지 않은 빈 공백이 땅을 딛고 있으면서도 하늘의 구름 같은 허공을 끌고 다니고 있다고, 그 공백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꿈과 창조적 사고를 숨겨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또한 대지에 찍힌 인간의 발자국은 인간이 자연적 존재임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도장이며, 맨발에서 신발로 변화한 것은 자연에서 문명으로 옮긴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 한국 문화에는 관계론적 사고의 틀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요.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틀이 상대성의 원리를 지녔기 때문에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전통 물건을 자세히 관찰하면 한국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힘과 지혜를 지녔어요. 한국인의 생각이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네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날개는 바로 '생각'이며, '사고의 자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네요.
"옛날 옛적 이 일본 땅에 끌려온 조선 청년이
탄광 벽을 손톱으로 긁어 글을 썼대요.
어무니 보고 시퍼
그림은 긁는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그리움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글에서 나온 말이다.
벽을 긁는 글과 그림과 그리움은 벽을 넘는다." (7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