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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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아직은 아니라고, 우리 곁에 더 계셔주시길 바랐는데...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이어령 유고시집이에요.

책을 펼쳐 서문을 읽으며 뭉클해졌어요. 먼 길을 떠나기 며칠 전에 직접 말로 남겨주신 서문이라고 해요.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22일 

    이어령    

     (5p)


<생각하지>라는 시에서 

"'사랑'이라는 말의 원래 뜻은 '생각'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생각한다는 것을 사랑한다고 했지요 

희랍말로도 그래요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오래 생각하는 것이고, 참된 것은 오래 기억하는 것입니다" 라는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아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구나.


<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다>라는 시를 보면 

'어제'와 '오늘'은 순우리말인데, '내일'은 올 래 來 , 날 일 日 이 합쳐진 한자말이라고 해요.

어째서 내일이란 말만 한자말로 되어 있을까요.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고, 정말 내일을 생각하면 걱정하지 말고 내일보다 더 미래를 보자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모레란 말, 모레보다 더 먼 글피와 그글피라는 말은 순우리말이니까요.

그러니 내일은 없어도 모레가 있다고, 내일은 없어도 글피와 그글피가 있다고 말해보라고 이야기하네요.

진짜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딱 그런 것 같아요. 풀썩 주저앉아 있다가, 우리에겐 모레와 글피, 그글피가 있다는 말에 힘이 나네요.


헌팅턴비치는 딸 이민아 목사가 생전 지내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라고 해요.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아빠는 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고, 살아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식을 앞서 보낸 아빠의 심정이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라는 시의 언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감히 그 슬픔을 헤아릴 수가 없어요. 이별은 아무리 많이 겪어도 적응할 수 없는 슬픔인 것 같아요.

2022년 2월 26일, 영혼의 길로 들어선 이어령님의 시를 읽으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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