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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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현실의 공간에서 소설의 세계 속으로 안내하는 책이에요.

그건 마치 저자의 기억을 따라가는 꿈의 여행 같았어요.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인데도 그 장소들이 소설의 일부처럼 느껴졌어요.

낯선 외국의 풍경이 아름답게 묘사된 글을 읽으면 대부분 여행지로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데 이 책에 소개된 공간들은 그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네요.

작가의 삶과 작품이 깃든 공간. 그곳을 사랑하는 함정임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일종의 병이라고밖에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겠다. 파리를 향한 마음, 보들레르를 생각하는 마음.

지난밤 나는 어떤 꿈을 꾼 것일까.

창밖에는 아침햇살이 가득하고, 밤새 치열했던 꿈은 햇살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심증은 분명한데, 실체는 묘연하다. 확실한 것은, 꿈에 나는 일 년 전 어느 날, 누군가에 이끌려 파리의 거리들을 온종일 걸었고,

해질녘 어느 한 지점에 붙박히듯 서 있었다."  (93p)


저자는 오랜 세월 파리를 꾸준히 드나들면서 파리에 대한 책을 썼음에도 매년 파리를 꿈꾼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파리를 꿈꾸고 여행하는 것은 그곳에 머물렀던 소설가와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한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는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센강과 미라보 다리, 작가 지망생 헤밍웨이의 창작혼이 깃든 카르디날르무안 거리 74번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일리에콩브에, 발터 벤야민이 살았던 집 파리 15구 돔바슬 거리 10번지, 아르튀르 랭보의 샹파뉴와 샤를빌메지에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루앙, 크루아세, 리, 그리고 트루빌 등 작가들이 사랑했던 공간과 소설 속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도 있지만 유난히 파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신기한 건 저자의 여행은 소설을 읽는 행위를 닮았다는 거예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와 모험.

그 가운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소설과 여행의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고 있어요. 콩브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공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장소인데, 소설의 화자가 어릴 때 부모를 따라갔던 아버지의 태생지이며 실제로는 일리에를 가리킨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허구의 공간이 실제의 이름과 합쳐져 공식 행정명칭이 일리에콩브레가 되었다는 거예요. 현실에서 소설이 만들어지고, 때로는 소설이 현실을 바꾸기도 하는 과정이야말로 소설의 힘인 것 같아요. 

소설이란 무엇이고, 작가란 무엇인지... 이론적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나면 현실과 소설의 세계를 오가는 매력적인 여행을 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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