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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그 너머 - 우리의 정치 미래를 상상하다
지지 파파차리시 지음, 이상원 옮김 / 뜰book / 2022년 2월
평점 :
《민주주의 그 너머》는 대화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정치과학 연구자로서 민주주의에 관해 설명하지 않아요. 다만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 탐구 방법이며, 모두 백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해요.
한 마디로 이 책은 세계 시민과의 대화라고 볼 수 있어요.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시민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30p)
정치학자와 철학자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정답이라고만 받아들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이론과 지식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야말로 머릿속에 박제된 민주주의였던 거죠. 저 역시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불과 지난 주에 대선을 치뤘기 때문에,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 시민의 자격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는 자신의 주장 뒤에 "다 국민의 뜻입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국민이란 전 국민이 아닌 선택적 지지자들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정치인들과 미디어가 대중의 목소리를 오로지 선택적으로만 들으려 함으로써 발언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냉소주의를 증폭시키고 있어요. 냉소주의는 시민적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쓰라린 상태를 의미하며, 포기를 함축하는 냉소주의는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미국에서 마리아에게 "민주주의가 뭐죠?"라고 묻자, 그녀는 "트럼프가 아닌 거요." (84p)라고 답했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 역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시민들이 자신을 건강한 민주주의의 일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핵심적 요인은 포퓰리즘, 부패, 수준 낮은 시민적 문해력이며, 이것들은 이 시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어 온 문제들이라고 해요. 안타깝게도 포퓰리스트들의 사탕발림 말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은 민주주의에 관한 교육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모두를 위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민주주의는 대화 방식일 뿐 그 대화의 주체는 시민이기 때문에 더 나은 변화를 원한다면 시민 스스로 그 변화를 일으켜야 해요. 저자는 '민주주의 그 너머'라고 표현했는데, 민주주의 이후에 도달하려면 먼저 민주주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경청하고 대화하라."라는 거예요. 표본실에 갇힌 민주주의를 이제는 새롭게 현실 안에서 재창조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