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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평점 :
'코스트 베니핏'이라는 제목은 우리말로 가성비를 의미해요.
가성비는 가격대비성능의 준말로, 평소에 워낙 자주 사용하던 말인데도 '따진다'를 빼놓으니 좀 싱거운 느낌이 드네요.
매일 뭔가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성비를 따지는 일은 거의 필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서 가성비를 의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똑같은 제품도 시시각각 가격이 변하다보니,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기 위한 사냥 같기도 해요. 신기한 건 본래의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약간의 할인을 받으면 기분 좋은데, 아무리 저렴한 제품도 조금 더 비싸게 구입하면 기분이 상한다는 거에요. 그러니 가성비를 따지는 일은 진짜 합리적인 선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주관적인 만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마 다들 경험했겠지만 꼭 구입하고 나면 가격할인을 하거나 더 저렴한 곳을 발견하여, 가성비에 걸맞는 만족감을 누린 적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왠지 이쯤 되면 가성비가 우리를 골탕먹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바로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소설이 《코스트 베니핏》이에요.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가성비, 가장 합리적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들이에요.
조영주 작가님의 「절친대행」은 외로운 현대인들을 위한 절친대행 서비스를 받게 된 주인공 재연의 이야기예요. 재연은 직장 동료나 동호회, 기타 모임을 통해 만나는 지인은 있지만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는 친구, 이른바 절친은 없어서 한 달째 주말마다 집 앞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스스로도 한심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맞지 않는 친구를 만나면 외로움은 가시지만 짜증이 밀려오거든요. 석 달 전만 해도 주말마다 명혜와 만났는데 좀 질린다 싶은 찰나에 명혜가 먼저 연락을 끊어버린 거예요. 며칠은 편했지만 주말에 혼자 있기 싫어서 연락했더니 번번이 절친과 있다며 거절하는 거예요. 재연은 명혜가 절친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걸 알고는, 일부러 명혜의 절친을 신청하게 돼요. 과연 절친대행 서비스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아마 다들 절친을 돈으로 산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겠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납득되는 부분이 있어요. 실제로 일본에는 비슷한 역할 대행 서비스가 있다는데, 제발 우리나라에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네요. 돈 대신 마음으로 친구를 사귀자고요.
김의경 작가님의 「두리안의 맛」은 주인공 윤지가 파워블로거라서 태국 팸투어에 무료로 합류하게 된 이야기예요. 공짜 여행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내용인 것 같아요. 참고로 두리안은 아무리 맛있어도 냄새 때문에 먹고 싶지 않아요. 워낙 후각이 발달해서 저한테 냄새를 이기는 맛은 없거든요. 향과 맛을 고루 갖춘 음식만 먹고 싶어요.
이 진 작가님의 「빈집 채우기」는 예비 신혼부부의 살림장만 이야기예요. 지극히 현실적인 심리 묘사를 보면서 경험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글이구나 싶었네요. 인생 선배로서 주인공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거에요. 빈집에 살림살이는 언제든지 채울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요. 결혼에 관한 명언 중에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반쯤 감아야 한다'는 의미를 새겨야 할 것 같아요. 행복하려면 비교는 금물이에요.
주원규 작가님의 「2005년생이 온다」는 풋풋한 2005년생들의 이야기예요. 어쩌다가 청소년들이 생계형 고민을 하게 된 건지 약간은 씁쓸했네요.
정명섭 작가님의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SF 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라서 흥미로웠네요. 가성비라는 주제와 연결지어보니 은근 소름 돋더라고요.
결국 다섯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물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삶을 가성비로 저울질 할 수 있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