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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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문을 외부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별한 영적 능력을 지닌 존재에게 자신의 미래를 묻는 거죠.

재미있는 건 자신이 제 발로 '점'을 치러 왔으면서 그 결과를 의심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인 것 같아요.

아마도 그들에겐 원하는 정답이 있었을 거예요. 간절한 바람일 수도 있고요. 

그러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용한 점집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살면서 딱 한 번 타로 카드를 본 적이 있는데, 가벼운 오락거리였기 때문에 뭘 묻고 어떤 대답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아요.

점괘나 타로 카드의 결과를 믿지는 않지만 미스터리한 존재나 현상에 대한 관심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요. 

현실과는 별개로 새로운 세계, 이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늘 신나고 즐겁거든요. 그건 상상의 영역이니까 그 어떤 한계나 제약 없이 꿈꿀 수 있어요.

꿈은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 현실의 걸림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인지도 모르겠네요.

『시커의 영역』은 독특한 소설인 것 같아요.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놀라운 깨달음을 숨겨 놓았네요.

판타지 장르라고 하기엔 현실적인 장치가 잘 갖춰져 있어서 일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마녀'라는 결정적인 존재가 등장해요. 요란하게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가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살고 있어요. 물론 굵은 아이라이너와 검은 생머리, 검은 옷까지 오컬트적인 비주얼은 핼로윈데이 마녀 분장처럼 튀는 면이 있지만 그것마저도 개인의 취향으로 여기면 이상할 게 없어요.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엄마 '이연'은 '봄의 마녀 모임'의 유일한 동양인 마녀이고, 주인공 '이단'은 그녀의 외동딸이에요. 타로점을 쳐주는 사람이 타로리더이고, 타로점을 보러 온 사람을 '시커(찾는 사람, seeker)'라고 해요. 일흔여덟 장의 카드에서 시커가 무작위로 뽑는 카드를 타로리더가 해석해주는 방식이에요.  신기한 건 똑같은 카드를 뽑았다고 해도 시커의 질문과 상황 혹은 성향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점괘를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하는 것이 시커의 영역이에요. 어떤 경우라도 카드를 읽는 사람은 시커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마녀 '이연'과 그녀의 딸 '이단'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탄보다 더 악랄한 인간들의 만행이 숨겨져 있어요. 편견과 차별 그리고 폭력... 정작 마녀들은 자연을 섬기며 자신의 마법으로 인간을 돕고 있는데 몹쓸 인간들은 마녀를 탄압하고 있어요. 신념,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거나 잘못된 것이 아님을 마녀라는 상징적 존재로서 보여주고 있네요. 시커, 우리는 각자 삶의 질문을 찾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오직 시커의 영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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