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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평점 :
《화가의 장례식》의 저자는 화가의 아들이에요.
이 책은 아버지이자 화가였던 한 사람의 삶을 아들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아버지는 화가다. 아버지라는, 남편이라는, 교사라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섞여 있었기에
화가라는 정체성은 아버지의 삶에서 온전히 그 색을 드러내기 못했었다.
아버지 몸속에서 암이 발견되고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한 7년여.
그동안 그는 오로지 화가라는 그 색 하나만을 뿜어내며 남은 삶을 버텨왔다." (13p)
책 표지 그림은 박유승 화백의 마지막 그림이며, 작품명은 '새들이 깃들이다'라고 해요. 화가의 이름도 처음 들었고, 작품도 처음 보는 것인데 뭔가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아름드리 나무 주위로 모여드는 새들의 모습이 즐거운 축제 같기도 하고, 약간 어두운 하늘을 보니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 같기도 했어요.
저자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첫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나이 일흔의 암 환자였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화가였던 아버지의 그림들과 작업 노트 그리고 「천국미술관, 갤러리 하샤마임」은 세상에 남아 있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어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사라질 리 없겠지요.
왜 그때는 표현하지 못했을까요.
병색이 짙어지기 시작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너무나 괴로웠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어요. '반딧불이'라는 그림과 짧은 글속에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네요. 작품명 '반딧불 인생'을 보니 노인과 어린 아이, 소녀, 쪼그리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이 보여요. 반딧불이 불빛이 파도처럼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어요. 화가의 작업 노트에는 "제주의 푸른 밤, 오로라보다 더 아름다운 반딧불의 소용돌이, 밤이면 오므라든 호박꽃 속에 열마리쯤 반디를 잡아넣으면 밝은 호박꽃 초롱이 된다. ... 반딧불과 별이 비빔밥이 되는 밤에 세대와 세대의 대화가 어우러지며 반딧불 인생이라는 절묘함을 낳았다." (123p)라고 적혀 있어요.
장례식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슬픔이 걷히지는 않아요.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슬픔이, 슬픔보다 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화가의 외로움과 고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보통 그림을 볼 때는 그 그림이 주는 분위기를 감상하게 되는데, 박유승 화백의 그림은 아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뭔가 뭉클함이 있었네요. 우리의 마음 속에 화가가 전하는 희망과 사랑이 고스란히 깃든 게 아닌가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