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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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극적 사건을 다룬 책이에요.

도대체 왜 살인자가 추앙받고 피해자들은 오명을 뒤집어썼는지, 그 내막을 낱낱이 밝혀내고 있어요.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9일에 걸쳐 런던의 화이트채플 지구와 그 주변의 빈민가에서 신원 미상의 연쇄 살인범이 최소 다섯 명의 매춘부를 갈기갈기 찢어 살해한 사건으로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된 유명한 미제 사건이 있어요. 바로 잭 더 리퍼 살인사건!

잭 더 리퍼라는 이름 자체가 범행을 나타내는 '찢는 자 잭'으로 번역되며, 잭은 특정인의 이름이 아니라 아무개 정도로 해석될 수 있어요. 살인자 잭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대중들의 호기심과 환상이 더해져 어느새 스타급 살인마가 되었어요.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당시 런던 경찰의 무능함과 언론의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적 약자였던 피해 여성들이 살해된 이후에도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점이에요. 빈민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춘부 취급을 당했고, 그녀들의 죽음은 매춘부라는 꼬리표 때문에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어요. 당시 상류층 지역의 주민들 중에는 부랑자 살인 사건을 '정체불명의 천재 외과의가 이스트엔드에서 부도덕한 거주민을 내보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것'이라는 망언을 신문에 기고했다고 하니 대중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어요. 신문에 실린 삽화를 보더라도 피해 여성들의 죽음을 애도하기는커녕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있어요. 아무도 피해 여성들의 삶과 진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억울하게 희생된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메리 앤 '폴리' 니컬스, 애니 채프먼,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 캐서린(케이트) 에도스, 메리 제인 켈리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핼리 루벤홀드가 외치고 있어요.

이제라도 우리는 폴리, 애니,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의 삶과 죽음, 그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해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여성이 얼마나 비참하고 가혹한 삶을 살았는지, 또한 그녀들의 죽음 이후 벌어진 상황들이 망자에 대한 모욕이자 인권침해라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어요.

19세기에 발생한 잭 더 리퍼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사건일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 사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요. 여성혐오 범죄는 단순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측면이 아니라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이러한 범죄자들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어요. 건강한 사회는 약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어요. 현행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그러니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과 부를 가진 자만 인간의 존엄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폭력이며 야만인 거죠.

2019년 출간된 《더 파이브》는 영어권 논픽션을 대상으로 한 영국 최고 권위의 베일리 기퍼드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죠.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에요.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되었어요.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은 클라라 제트킨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콘퍼런스에서 했고, 17개국에서 온 100명의 여성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어요.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과 스위스에서 1911년에 처음 기념했고, 올해로 111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게 되었어요. 2022년 여성의 날 주제는 "편견과 선입견, 차별이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자는 의미에서 #편견을깨자(#BreakTheBias)라고 하네요.

3월 9일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에요. 대선 후보 마지막 토론에서 페미니즘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휴머니즘의 하나"라는 답변을 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고 정리한 후보가 있었어요. 세계도 주목하고 있는 한국 대선인지라 BBC ,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에서 여성 인권이 선진국 중 최하 수준인 한국에서 대선 유력 후보가 젊은 남성 표심을 잡겠다며 '반 페미니즘' 공약만 남발하며, "젊은 여성의 고통이 이번 선거에서 전면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더욱 답답한 현실은 이런 뉴스조차 편가르기 정치에 악용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현명한 선택이 간절한 때인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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