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 학교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55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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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 학교 아이들>은 독일의 명문 귀족 학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 간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예요.

정확하게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소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에는 사이버블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이 번지고 있어요. 뉴스에서 사이버블링을 당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의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사이버블링이란 스마트폰 메신저 앱이나 SNS 등을 이용해 특정 학생을 집단적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을 뜻하는 신조어예요.

주인공 스베트라나는 똑똑하고 성격도 좋은 아이예요. 실업 학교를 다니다가 명문 기숙 학교로 전학가게 되어 한껏 들떠 있었죠.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어요. 새 학교의 친구들은 스베트라나를 친구로 받아주지 않았어요.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에요. 스베트라나의 엄마가 남자 기숙사에서 청소부로 일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 아이들은 대놓고 무시하고 괴롭혔어요. 그럴수록 스베트라나는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모든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어요.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학교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또래 친구를 괴롭히는 수준이 장난을 넘어선지 오래 됐고, 명백한 범죄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이 소설은 독일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답답하고 화가 났어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인 거니까요.

문득 몇 년 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인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했던 녹취록 공개가 떠올랐어요.

초등학교 3학년인 방 전무의 딸이 50대 후반 운전기사에게 "내가 오늘은 엄마한테 진짜 얘기를 해야겠어, 얘기해서 아저씨 잘릴 수도 있게 만들거야." , "아저씨 부모님이 아저씨를 잘못 가르쳤다. 어? 네 부모님이 네 모든 식구들이 널 잘못 가르쳤네." 등등 심한 폭언을 했고, 실제로 운전기사는 해고되었어요. 그 아이는 지금쯤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텐데 어떻게 자랐을까요. 운전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폭언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그 아이가 반성하고 언행을 고쳤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아마도 갑질은 하되 들켜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우지 않았을까요.

독일의 명문 귀족 학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에서 방 전무의 딸을 보았어요. 빈부의 격차로 인한 차별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이들, 그래서 가난한 스베트라나는 자신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그 가운데 홀로 고군분투하는 스베트라나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단순히 개인이 극복해야 할 범위를 넘어선 사회적 갈등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차별, 혐오, 갈등이 커져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누가 그 아이들을 잔혹한 사이버블링 가해자로 만들었을까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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