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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평점 :
<펄프픽션>은 고블 앤솔로지 시리즈예요.
우리 시대 젊은 작가 5인의 한국 펄프픽션을 만날 수 있어요.
먼저 펄프픽션은 1896년부터 1950년대 사이 미국에서 싸구려 잡지에 실린 선정적인 통속소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펄프픽션이 유명해진 건 소설로써가 아니라 동일 제목의 영화 때문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독립 영화로 범죄 코미디 영화였죠. 영화 속에서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이 무대 위에서 무아지경으로 막춤 트위스트를 선보이는데, 그때 척 베리의 '유 네버 캔 텔(You Never Can't Tell)'이라는 음악이 나와요. 정말 뜬금없는 장면인데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꽤 오랫동안 패러디되면서 인기를 끌었죠. 이렇듯 장황한 설명을 곁들이는 이유는 펄프픽션이 본래 미국에서 속어로 쓰였던 싸구려 이미지가 한국에서는 영화 덕분에 꽤 호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에요. B급 정서의 환골탈태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한국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펄프픽션을 표방한 작품은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 펄프픽션을 정립해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답게 조예은 작가의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 류연웅 작가의 「떡볶이 세계화 본부」, 홍지운 작가의 「정직한 살인자」, 이경희 작가의 「서울 지하철도 수호자들」, 최영희 작가의 「시민 R」은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익숙한 환경 속에 예상치 못했던 공포와 환상 그리고 SF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둔 것 같아요. 무엇이 튀어나올지 펼쳐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요. 현시대의 장르문학을 더욱 확장한 것이 펄프픽션이 아닌가 싶어요. 굳이 장르라는 틀에 가둘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경계를 허무는 초경계 지향이랄까.
여기에 나온 단편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작품의 세계관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가게 되네요. 이야기를 줄거리 위주가 아닌 인물이 처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보면 색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학원생, 떡볶이집 사장, 조선족 여성, 철도 고객서비스 직원, 로봇청소기까지 그들이 바라본 세상을 다시 한번 우리의 눈으로 살펴보게 만들어요. 무엇을 보고 어떤 의미를 찾아내느냐는 각자 자유라는 것. 그것이 제가 알아낸 한국 펄프픽션의 정체성이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