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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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그 이야기 덕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첫사랑과의 추억 같은 느낌으로.

우연히도 제가 늘 바라보는 벽에 클로드 모네의 <네덜란드의 튤립>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그림 속 풍차를 프로방스의 풍차 방앗간으로 상상했어요.

이 책은 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 소설집으로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단편 소설들을 모아 『풍차 방앗간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1869년에 출판한 것이라고 해요. 사실 너무도 유명한 「별」, 「마지막 수업」이외의 단편들은 제대로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프로방스의 감성이 듬뿍 담긴 알퐁스 도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스갱 씨의 염소」는 주인공 '나'가 시인이자 친구인 피에르 그랭구아르에게 들려준 이야기예요. 그는 친구에게 스갱 씨의 염소를 빗대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우기면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를 경고하고 있어요. 반나절의 자유을 즐긴 스갱 씨의 염소 블랑케트는 밤새도록 늑대와 싸웠지만 아침에 잡아먹히고 말았어요. 만약 얌전하게 외양간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요. 찰나의 자유와 목숨을 바꾼 염소의 선택이 나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블랑케트는 늑대를 죽일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졌던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싸웠던 거예요. 그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별」은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예요. 스무 살의 청년 양치기는 보름치의 식량을 가져다 준 사람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라서 놀랐고,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돌아왔을 때는 내심 기뻤어요. 그러나 산에서 밤을 보낼 생각에 아가씨가 괴로워하자 이렇게 달래주었어요.

"7월의 밤은 짧아요, 아가씨...... 조금만 참으면 날이 금방 밝을 거예요."(54p)

그 밤, 반짝이는 별들과 아름다운 별똥별 아래 나란히 앉은 두 사람... 너무나 짧은 그 밤이 제겐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다가왔네요.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어요.

「시인 미스트랄」은 주인공 '나'가 마얀 마을에 사는 위대한 시인 프레데릭 미스트랄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에요. 미스트랄은 7년 동안 시에 매달려 있어요. 프로방스어로 시를 쓰는 그는 알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도 좋다고 말하죠. 그건 마치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스트랄의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대한 시인이 죽기 전에 찾아낸 프로방스, 

프로방스의 바다, 프로방스의 산과 더불어 

역사, 풍습, 전설, 풍경 

그리고 소박하고 자유로운 주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181p)

「카마르그에서」는 주인공이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사냥 여행을 떠난 이야기인데, 사냥터지기와 사냥꾼들뿐 아니라 농사꾼, 포도밭 일꾼, 양치기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 나누는 대화가 주된 내용이에요. 사냥터지기와 말지기는 유일한 이웃인데 서로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 이유를 사냥터지기는 이렇게 답했어요.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죠. 저 친구는 좌익이고 저는 우익이거든요."  (275p)

고독한 벌판에서 서로 가까이 지내면 좋을 텐데 그들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쓰럽고도 신기해요. 사람들이란 시대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달라도 투닥거리며 싸우는 건 똑같네요. 주인공은 사냥터지가 말지기가 무식하고 순진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두 사람은 아를에 있는 작은 카페의 금박과 거울만 보아도 프롤레미의 궁전을 본 것처럼 눈부시다고 여길 사람들인데, 왜 정작 곁에 있는 보물은 모르는 걸까요. 따스한 이웃과 친구처럼 소중한 보물이 또 있을까요.

알퐁스 도데는 『풍차 방앗간의 편지』를 가장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작품이라서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아내에게 헌정했다고 해요. 어쩐지, 다 읽고 나니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고향 프로방스를 추억하게 만드는 이야기라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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