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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평점 :
<유리언덕>은 장혜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니 소설의 주인공 태주와 다요를 통해 욕망과 현실의 괴리, 의지와 도덕의 굴절에서 오는 심리적 상실감 등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목이 가진 의미가 이야기 속에서 그대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알 것 같지만 뭔가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뭐랄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신기한 건 90년대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예요.
문학박사이자 대학 강사인 한태주와 연예인 뺨 칠 정도로 아름다운 대학원생 서다요라는 인물이 서로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부터가 굉장히 드라마 같았어요. 배경적인 요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지만 등장인물의 외모, 성격뿐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들이 욕망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써 보였던 것 같아요. 태주는 자신의 현대문학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 욕망이 만족을 이루려면 허용된 현실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서 현실과의 갈등이 초래되며,
그 과정이 현대문학의 핵심주제로 채택된 것이라 단언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것은 현실에 의해 차단된 피안의 세계가 투명한 유리 너머의 물체처럼 욕망의 시선에는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차단 기능을 가진, 넘기 어려운 '언덕'입니다.
가시적이면서도 횡단할 수 없는 그것이 바로 현실이 설정한 경계- '유리언덕'입니다." (10-11p)
유리언덕이라는 말은 태주가 만든 용어인데, 그는 서다요와 강바람 그리고 고정애라는 세 여자와의 관계에서 그 유리언덕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어요. 온전히 태주라는 인물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안타까울 때는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인 것 같아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마치 다요가 쓰고 있는 소설 같아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러한 감정조차도 작가님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마주하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