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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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랍비이자 철학자, 작가인 델핀 오르빌뢰르의 책이에요. 

이 책은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요. 죽음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먼 곳에 있는 것처럼 굴었어요. 외면하면 사라질 것처럼.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감고 있던 우리의 두 눈을 크게 뜨도록 만들었어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랍비로서 장례 의식을 진행하는 일이 잦은 편이라서, "죽음에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매일 애도자들 옆에 있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13p)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해요.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대답을 해왔는데, 진짜 속내는 "나는 전혀 모른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가까이 하거나 죽음과 동반할 때, 죽음이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지 못한다." (14p) 라고 해요. 다만 랍비가 해야 할 의례를 집행하고, 성서의 텍스트들을 번역하여 전통의 목소리를 각 세대에게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의 일에 이름을 붙이자면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네요. 유대 전통의 언어로 된 거룩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사이에 통로를 열고, 이야기꾼은 그 입구에 서 있으면서 그곳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라고 해요. 즉 랍비는 죽음 뒤에도 살아 있는 자들의 자리를 남길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경험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애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의 고백처럼 죽음에 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삶과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는 있어요.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너무도 슬픈 순간들을 버티며 버티며 살아낼 수 있어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어서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이 '살아남음'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파리 북쪽 18구에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책 모양의 비석이 있는데, 펼쳐진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한 커플의 흑백사진이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샤를 페기의 시, 혹은 그가 번역했다고 알려진 헨리 스콧-홀랜드의 시가 적혀 있었다고 해요. 이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그 사랑으로 남겨진 이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


죽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저 옆방으로 건너갔을 뿐,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이며,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나였던 사람입니다.

(...) 나는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길 건너편에 있어요.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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